▲ 6. life-delight 40x30 2013 mixed media KIMKIM

김기임은 물감 이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은 기존의 회화와는 사뭇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비재현적인 이미지가 화면을 장악하는 가운데, 구슬이나 작은 돌가루 그리고 반짝이 등의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가 화면을 덮고 있다.

따라서 평면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루전에 익숙한 눈에는 거칠고 난삽하게 보일 수도 있을 만큼 화면은 요란스럽다. 뿐만 아니라 시선을 자극하는 무수한 광채로 인하여 시각적인 혼란을 느낄 정도이다.

이와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는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된 표현이다. 이들 재료를 이용함으로써 유채나 아크릴과 같은 기존의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내적인 표현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렇듯이 비회화적인 재료로 이루어지는 그의 작업은 기존의 물감과는 다른 시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성, 즉 구슬이나 둥근 모양 그리고 시선을 현혹하는 인조보석과 반짝이의 반사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태묘사나 색채조화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평면회화의 영역을 벗어나는 표현이다.

이처럼 낯선 이미지와 새로운 재료로 채워지는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을 반영하는데 남다른 감각을 발휘한다. 다양한 형태의 비즈와 반짝이, 스팽글 그리고 인조 보석을 활용한 의상 및 액세서리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이들 오브제를 이용한 회화가 결코 낯선 세계는 아니다.

현대회화는 이미 재료의 사용에 관한 한 금기시되는 일이 없기에 그렇다. 즉, 다양한 색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삶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표현기법 및 방법에 어렵지 않게 반응하는 까닭이다.

그가 사용하는 비즈나 반짝이, 스팽글, 인조 보석과 같은 종류의 공업적인 소재가 회화에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새 현대회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소재 및 조형언어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회화의 이미지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들 소재를 이용해 작업하는 것이 결코 낯선 현상이 아니다. 물감이 아닌 공업적인 소재를 오브제로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회화와는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얻으려는 것은 창작을 전제로 하는 화가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표출일 따름이다.

그가 이들 소재를 작업에 활용하는 것은 시각적으로 짐짓 화려한 발색이나 질감을 나타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기능성보다는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듯이 그의 작업에서도 동일한 시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으로서의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회화적인 일루전의 영역을 뛰어넘어 실재하는 소재의 직접적인 제시를 통한 시각적인 호소는 보다 현실적일 수 있는 까닭이다.

그의 작업에는 일상적인 생활공간에 놓여 있는 기물이나 여행지의 풍경, 또한 불꽃놀이나 오로라와 같은 환상적인 이미지가 채용된다.

그래서일까. 어떤 소재 및 제재이든 간에 그의 작업은 현실성보다는 비현실성이 농후하다. 다시 말해 실재하는 현실적인 소재나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표현되는 이미지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다. 이는 재현적인 묘사기법과는 다른, 표현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작업방식에서 비롯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 및 정서는 그 자신의 삶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낙천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그와 같은 정서를 촉발하는 요인일 수 있다.

문학소녀적인 꿈과 사랑과 희망과 낭만과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의 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그저 낙원으로만 인식하는 꿈 많은 소녀의 시각으로 세상을 응시하니, 그처럼 밝고 화사하며 아름다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삶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에서 비롯되는 열린 시각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상을 환희의 대상으로 변화시킨다. 밝고 아름다운 색채는 물론이려니와 영롱한 보석,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나 불꽃놀이 등 일련의 빛은 환희의 감정을 유발한다.

그는 다름 아닌 이처럼 극렬한 빛에서 느끼는 환희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빛으로 인해 극렬히 발광하는 비즈, 반짝이, 스팽글, 인조보석 등 일련의 재료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것은 생의 환희를 표현하는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삶의 환희> <불꽃놀이> <오로라> 등 일련의 작품명제가 말하고 있듯이 그는 각박한 현실로부터 벗어난, 꿈과 사랑 그리고 행복한 삶의 기쁨만이 존재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삶의 기쁨을 즐기는 불꽃놀이는 축제의 절정을 수놓는다. 오로라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환상과 신비의 세계를 상징한다. <불꽃놀이>와 <오로라>는 생의 환희, 그 절정을 상징한다. 그가 이와 같은 순간을 제재로 택하는 것은 그로부터 생의 아름다움을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업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아름다운 삶에의 꿈을 자극하고 외부로 발산시키는 역할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밝은 빛과 아름다운 색채는 삶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화사한 빛과 색채는 그 자신이 보고 느끼며 성찰하는 삶에의 절대적인 긍정을 반영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면에서 비현실적이고 과도하게 느껴지는 빛과 색채의 현란한 조화야말로 잠재된 생의 욕망을 발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기대하는 표현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