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호안경 박용준 안경사

언제나 분주한 남대문 시장은 늘 사람냄새 물씬 나는 것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사람의 슬픔과 기쁨을 아우르는 말인 ‘애환’을 말한다면 바쁜 남대문의 삶 속에 녹아있는 정다운 웃음들과 같은 농도이지 않을까.

애환의 현장 남대문. 그리고 여기, 삼십년을 넘게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안경원의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올해로 스물여덟인 안경사 박용준 씨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생겼다던 ‘대호안경’을 통해서였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부모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직접 봐왔기 때문에, 사람의 눈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죠. 안경광학과를 전공한 저는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갔다 오면서부터 부모님의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가업을 이어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 가업을 온전한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그에게 어릴 적부터 접해온 ‘안경’은 어떤 의미일까. “저는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일단 재능을 부여해주신 거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람의 눈이 잘 안 보이는데 시원스럽게 보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나름 부족한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는 이 직업이 제 적성에도 잘 맞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서비스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어야 판매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http://blog.naver.com/daehooptic)를 통해서, 또는 건너건너 소개를 통해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용준 씨는 늘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찾아온 이들의 얼굴만 봐도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 대충 감이 오는 편이라고 한다.

“눈동자 모양을 보면 어느 정도 눈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눈이 나쁜데 안경을 쓰고 있지 않다거나 하는 부분들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예감할 수는 있죠. 그래서 그에 맞게 대화를 유도해나가며 손님들이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안경들을 많이 권유하는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용준 씨는 다양한 디자인 패턴 및 니즈를 파악하여 온라인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젊은 그가 주로 손님들과의 소통을, 연세가 제법 있는 아버지는 뒤에서 재고관리와 손수 안경을 만든다.

“같은 길을 걷게 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아버지의 입장 같은 것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말씀이 굉장히 적으신 편이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죠. 사실 이 일 자체가 말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 저도 말을 참 하기 싫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 정도로 바쁠 때가 많았으니까. 그 때, 적어도 어린 시절의 아버지 모습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불경기인 요즘이라지만 아들이 함께 하니 아버지도 웃음이 점차 많아지신 것 같아 저 역시 행복함을 느껴요.”

앞으로 대호안경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손수 준비한 것들을 친절하고 성실하게 베풀고 싶다는 용준 씨의 마지막 한마디는 삼십년 넘게 이어온 대호안경의 변치 않는 현재 모습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정답게 안경원을 꾸려나가는 남대문의 한 자락에서 젊은 그의 미소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