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A공사는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이주대책을 시행하였다. 그 내용은 택지개발지구 내에 가옥소유자 등에게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하여 조성되는 택지(단독필지), 아파트, 상가 등을 분양받을 수 있는 분양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A공사는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이주대책대상자가 택지분양신청을 받고, 추첨으로 분양받을 택지를 확정하였다. 확정된 택지에 대하여, A공사는 분양계약 체결 이후 소유권이전시까지 1회에 한하여 수분양자 명의변경을 해주는 이른바 전매제도를 허용하였다.

A공사는 택지분양 전매와 관련하여, 수분양자 명의변경을 위해서는 반드시 양도인이 직접 내방하여야 함을 이주대책대상자들에게 안내하였고, 실제 양도인이 양수인측과 함께 내방한 경우에만 수분양자 명의변경을 하여 주었다.

김씨는 A공사에 택지분양신청을 한 후, 이주대책으로 향후 택지를 분양받을 권리(이하'이 사건 분양권'이라 한다)를 박씨에게 매매대금 2억원에 매도하였다.

그리고 박씨의 사정으로 이 사건 분양권을 제3자에게 전매하여도 김씨가 이를 인정하고 거래시점의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주자택지분양권 매매계약(이하'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

김씨는 박씨로부터 잔금을 지급받으면서 박씨에게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권리포기각서, 권리양도증명서 등 이 사건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여 주었다.

이후 박씨는 김씨로부터 교부받은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위 서류들을 스스로 잘 관리하지 않고 이를 최씨에게 맡겨두었다.

그에 따라 최씨에게 이 사건 분양권을 전매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은 김씨는 최씨가 전매권자라고 말한 이씨에게 수분양자 명의변경절차를 마쳐주게 되었다.

수분양권을 잃게 된 박씨가 김씨를 상대로 계약해제를 하면서 김씨에게 지급한 매매대금 2억원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김씨는 박씨에게도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위 서류들을 스스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므로 박씨의 과실에 대한 상계로써 1억원을 상계하고 나머지 1억원만을 반환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박씨는 2억원을 반환받을 수 있을까.

계약이 해제되면 그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함에 따라 그 계약상 의무에 기하여 실행된 급부는 원상회복을 위하여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원상회복의무를 규정하는 민법 제548조 제1항 본문은 부당이득에 관한 특별규정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그 이익 반환의 범위는 이익의 현존 여부나 청구인의 선의ㆍ악의를 불문하고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받은 이익의 전부이다(대법원 1997.12.9.선고 96다47586판결 등 참조).

한편 과실상계는 본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사안과 같이 매매계약이 해제되어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은 결과 매매당사자에게 당해 계약에 기한 급부가 없었던 것과 동일한 재산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한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 기타의 급부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1.24.선고 96다40714판결 등 참조).

그리고 대법원은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해제자가 그 해제의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원인’의 일부를 제공하였다는 등의 사유를 내세워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그 권리의 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34143 판결).
사안의 경우, 박씨는 2억원을 모두 반환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