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욱진 교수

부산사람보다 부산을 더 사랑하는 첼리스트
눈앞에 펼쳐진 눈부신 바다와 음악에 대한 부산 사람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반응에 그의 마음이 녹았다.

이후 그는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한국, 그것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 데려와 살기 위해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를 한참 고민했고, 드디어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시향에 일주일 휴가를 내고 집에서 씻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그러는 동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턱수염은 산타처럼 자랐다.

일주일 후 그의 사진을 본 아내는 아이와 함께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는데, 그의 작전이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부산에 눌러 앉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대로 IPB(International Players of Busan) 오직 부산만을 위한 부산/경남의 실력파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설립해 부산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오고 있다.

IPB는 양욱진 교수와 같은 뜻을 가진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로 모두 부산을 사랑하는 음악가들이다.

이 오케스트라에는 악장도 지휘자도 없는 것이 특징인데 틀에 메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양욱진 교수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들으러 올 수 있도록 일부러 공연비도 1-2만 원 대로 많이 받지 않는다고 한다.

“1만원이면 영화 한편 보는 값이잖아요. 비싸게 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렇게 부산시민들에게 클래식으로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은 저렴한 공연비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만든 포스터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그는 부산시민들이 클래식을 더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재치 발랄함으로 디자인을 고안해 냈다.

음악을 구워 내는 제빵사의 모습에서부터, 시민들에게 친근한 마트 같은 곳에서 음악을 골라 담는 모습,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음악을 서빙 하는 모습, 경운기에 음악을 태워 오는 편안한 시골아저씨 모습 등.. 인쇄만 인쇄소에서 하고 디자인에서부터 포토샵 모두 그가 손수 해낸 작품들이다.

음악의 도시 부산을 꿈꾸며, 클래식 전파에 몸부림
IPB의 목적는 오직 부산만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만 중심이 되어있는 한국 클래식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부산으로 관객과 음악가들이 오게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그래서 그들은 큰 사고를 저지르고야 마는데 급기야 2012년에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 토모 켈러와 이듬해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악장 안드레아스 부샤츠, 그리고 도이치오퍼오케스트라의 토마스 토마셉스키 등 거물급 해외 연주자를 객원 악장으로 초청한 것이다.

이 일은 곧장 전국적인 화재가 되었고, 결국 매 공연마다 서울 관객 100여명을 부산으로 오게 하는데 성공하고야 만다.

초청에 응해준 유명 인사들 역시 이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 음악과 예술이 번창하길 소원하는 양욱진 교수의 열정에 감동 되어 그의 제안을 수락 한 것. 사실 그들의 초청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양욱진 교수는 이에 멈추지 않고 또 한 번 사고를 치는데, 바로 2014년 8월 '2014 두레라움 실내악 축제‘에서 연주하게 될 동물의 사육제 해설가에 서병수 부산시장을 초청 한 것이다.

25분 길이의 '동물의 사육제' 는 사자, 암탉, 거북이 등 동물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14개 악장 사이 사이에 해설자가 등장하여 각 장을 설명 하면 연주자들이 다음 악장을 연주하는 형식이다. 본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유명인들이 해설자로 종종 참여하는 작품으로 영화 '007' 주인공 로저 무어,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해설을 맡은 적이 있다.

양욱진 교수는 1994년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 음대 재학 시절에 오케스트라에서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막 당선된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해설을 맡았었고, 뉴욕 시민과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부산과 음악을 사랑하는 한사람의 연주자의 열정에 해외 거물급 연주자들도 정치가도 감동 되어 그의 뜻과 함께 해 주었다. 이 정도면 정말 그의 유별난 부산 사랑과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겠다.

그의 부산사랑은 부산에 대한 확신.
순수한 열정의 음악인과 문화와 예술의 힘을 알아 본 깨어있는 정치가의 우연 같은 만남이 어쩌면 필연이었을까? 요즘 부산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두고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그 이름만으로 랜드마크가 된 오페라 하우스들은 하나같이 바다를 끼고 있는데, 한국에는

그의 말처럼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것이 음악인들의 책임도 있지만 분명 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인들이 한국에 와도 대부분 서울로 초청이 되기 때문에 부산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 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고 먼 곳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현재 부산에 있는 문화 시설도 너무 오래 되거나 몇 개 없지 않은가? 왜 더 일찍이 이것을 깨닫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을까?

하지만, 지금 부산에서 들려오고 있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소식은 정말 속이 시원하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부산사람보다 더 부산의 가치를 알고 부산을 사랑해 주는 고마운 사람 양욱진 교수. 그의 막무가내 부산사랑은 어쩌면 부산에 대한 확신이 아닐까?

아니, 부산 사랑을 넘어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음악계의 거장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이 세계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음악과 예술의 도시가 된다면 그것은 곧 한국 음악계의 발전과도 직결이 될 테니까 말이다.

오페라 하우스가 설립된다면 가장 첫 번째로 그가 연주하는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그는 정말 부산의 보물, 부산의 자랑스러운 음악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