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환 노무사

‘열정이 있으니 적은 월급은 감수해라’.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헐값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라’. 열정만 있으면 무슨 고생이든 못하겠냐는 인식이 만들어낸 일명 열정페이.

즉, 일반직원들과 동일한 강도의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근로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시대의 청년인턴, 수습, 견습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의 문제에 대하여 노동법적 관점으로 살펴보겠다.

노동관계법에서 ‘열정페이’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는 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바로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자는 ‘근로자’인데, 근로자의 정의는 근로기준법에서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

무슨 말인지 의아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인턴들, 수습, 견습 등은 근로자가 아니란 말인가?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 조문의 해석은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데, 열정페이의 대상인 인턴들 등은 교육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데 있는 것이다.

취업난이 극심한 요즈음 청년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구직자는 넘쳐 나는데,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은 한정된 일자리를 조금 더 유능한 인재, 회사에 입사하여 바로 업무에 투입되어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길 원하고, 청년은 이러한 회사의 입맛에 맞추기 위하여 본 채용전 회사의 업무를 미리 배우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열정페이 현상이 발생된 배경일 것이다.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어찌보면 당연한 제도로 보여진다.

순수하게 교육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인턴제 등은 취업준비생 들에게도 실제 직업을 갖기 전 다양한 사전 경험을 통하여 진로에 대한 방향 등을 확정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고, 본인들의 역량을 향상시켜 주는 주요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인턴제도의 취지이다.

즉, 열정페이의 문제는 순수한 인턴제도의 목적을 벗어나서 교육 목적 보다는 실제 직원처럼 업무를 시키면서도 요즘같은 구직난 속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였으니, 일반 직원보다 적은 임금만 받으라고 강요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교육이냐? 실제 노동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교육이라 말하지만, 실질은 교육이 아닌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면 그것은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최저임금보다 미달되는 급여를 지급하는 착취인 것이다.

그리고 설령, 사업주와 청년 등이 근로조건에 동의하여 정당한 계약을 통하여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 따라 최저임금보다 하회하는 부분은 무효로 보고 그 부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수준에 따라 지급되어 져야 하는 것이다.

열정페이의 문제는 비단 임금 뿐만은 아니다. 교육이 아닌 노동을 제공하였다고 판단된다면, 인턴은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며 근로기준법의 전면적 적용으로 휴일, 휴가, 휴게, 근로시간, 해고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인턴들에게 근로기준법의 전면적 적용을 받게 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전면적 적용을 받게 되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일을 시키던 기업은 더 이상 인턴들을 쓸 이유가 없어질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인턴의 취지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로움이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직난 속에 인턴제도는 변질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 맞게 중간지대의 법영역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닐 까 생각해 본다.

즉, 전면적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정규직원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임금 등의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분적 적용을 받게 하여, 적어도 노동력의 착취로 이어지는 구조는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