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우갤러리 송휘 관장

탁월한 안목으로 세계 미술의 트렌드를 읽다
19~20세기 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딜러로 기억되는 ‘볼라르’는 무명의 세잔, 피카소, 마티스를 발굴했으며, 보나르, 르누아르, 샤갈 등 수많은 거장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 미술사의 흐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런던의 ‘사치갤러리’가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등용문을 자처하며 상업 미술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미술이라는 장르가 계속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컬렉터와 연결시켜주는 주체인 딜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에 경주예술의전당에 위치한 라우갤러리(羅友Gallery)는 경주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들을 컬렉터 및 일반 대중들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북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20년 이상 작가로 활동하며 9번의 개인전을 열기도 한 라우갤러리 송휘 관장은 작가로서의 경험과 작품을 보는 탁월한 안목, 갤러리스트로서의 재능을 토대로 경주지역에 미술시장이 뿌리를 내리고, 활성화되기까지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송 관장은 “제가 처음 경주에 자리를 잡고 갤러리를 열었을 때만 해도 아직까지 ‘아트마켓’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역사문화관광이 시의 주요 수입원이자 사람들의 주된 관심이었기 때문인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도, 돈을 주고 작품을 구입해 소장한다는 인식도 없었죠”라고 회술했다.

그러나 라우갤러리가 오픈한 뒤 재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노력의 결과로 경주에 아트마켓의 싹이 트기 시작했고, 지금은 시에서 주관하는 ‘경주아트페어’가 4회째 개최될 정도로 변모했다.

뿐만 아니라 송 관장은 경주 외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명망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도 기여했으며, 가능성 있는 국내작가들의 작품을 두바이, 홍콩, 싱가폴, 뉴욕 등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 소개하며 세계무대에 한국미술을 알리고자 힘써왔다.

상당한 비용의 투자와 그에 따르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국내의 작은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고, 그들에게 우리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동국대, 대구예술대 등에서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세계 미술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드바이스를 제시하며 후진을 양성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화예술융성,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
지난 4월, 라우갤러리에서는 한국·중국·일본의 중견작가들이 경주를 방문, 경주의 깊고 융숭한 역사문화를 체험한 뒤 여기에서 받은 인상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2016 경주를 그리다展> 열렸다. 2014년 한국·미국·러시아 초청展, 2015년 한국·프랑스 초청展에 이어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이 전시회는 각 나라의 예술, 문화, 역사를 함께 경험하고 교류함으로써 세계에 한국미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송휘 관장이 처음 기획한 것이다.

송 관장은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문화도시입니다. 이런 경주에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나라의 작가들이 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는 건, 한국미술의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경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융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 송 관장은 ‘예술’이야 말로, 경주가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연간 8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처럼, 세계적인 작품과 작가를 육성하는 일이 경주가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체계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관장은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입니다. 하지만 나무가 높이 자라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하듯, 문화를 융성시키기 위해선 먼저 작가들과 관련 산업분야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합니다”라며, “현재 문화융성을 기치로 각 분야에 정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잠재력 있는 신진 작가나 중소갤러리보다는 기성작가 및 대형갤러리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큽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에 덧붙여 “현재 경주는 시장님과 시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문화예술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분들과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합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라우갤러리가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향후 경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보문단지에도 갤러리를 열고 싶다는 송휘 관장. 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잠들어 있는 도시 경주가 아름다운 예술작품들로 인해 더욱 생동하는 도시로 성장하길 바라는 그의 ‘꿈’이 또 다른 명작을 탄생시킬 밑거름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

월간 파워코리아 9월 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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