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화가 김수지 작가

만개한 꽃 그림으로 행복을 주는 작가.
고통 속에서 캔버스에 활짝 피어난 ‘자유’
만개한 꽃을 자유롭게 그리는 작가 김수지. 그녀는 선과 비형상 도형 또는 구도를 바탕으로 어떤 규칙이나 체계적인 조직이 아닌 자유로운 심상, 즉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이다.

김 작가의 작품들은 무수히 많은 꽃잎들 사이로 무당벌레와 나비 등이 자유롭게 앉아 있고 가끔은 능수화, 양귀비, 장미 등 실존하는 꽃잎이 강렬한 색감으로 더해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꽃잎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이는 상상으로 그려진 꽃잎들이다.

“혼돈과 공허 속에서 휩싸인 나와 우리의 내적 상태를 선과 색, 도형으로 표현하며 우리의 많은 애환을 꽃으로 얘기하고자 했어요. 꽃들이 자신의 화려한 몸체와 색깔을 자랑하듯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한 잎 한 잎이 나 여기 있다고 몸짓을 하는 거지요.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고, 웃고 있으면 흐느낌마저 기쁨이 덮듯이 색색의 꽃잎들이 피고지고 떨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을 때가 있다. 김 작가는 만개한 꽃잎 속에 감추고 싶은 슬픔과 잊고 싶은 마음 등을 담고 있다.

앞 다투어 시샘하듯 피어난 꽃들은 마치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듯 갈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남수 미술평론가는 “작가 김수지는 피안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무한히 분발하고 있는 진솔한 화가다. 긴축과 축쇄를 통한 작가의 언어가 변주되고 또 승화되고 있으며, 거기에는 자기 변화의 신념과 확신이 차 있다”고 평한 바가 있다.

김 화가의 작품 속에서는 꽃 속에 묻힌 나비와 무당벌레가 자연스레 어울린다. 화려함 속에 도드라진 미약한 존재들은 작가 자신과 닮아 있고, 어쩌면 ‘진정한 자유’를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보일 듯 말 듯한 희망과 소망 등이 열망으로 나타나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꽃 작품은 결국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복을 나누길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오디션 거쳐 8차례 개인전 열어.
에세이<아직도 거기 머물다> 등 표지 그림 선정
김 작가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남자 쌍둥이 형제에 비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어릴 적 칭찬에 인색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껏 재능을 펼치고 인정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그림이었다. 그저 칭찬받는 것이 좋아서 그린 그림이었기에 처음부터 화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삼성전자에 취직 후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무렵, 직원복지를 위해 마련된 센터에서 한국화인 매난국죽(梅蘭菊竹)을 공부하며 다시 그림의 길로 정진하게 된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개인전만 18회를 치러낸 중견작가로 거듭났다. 김 작가에게 있어서 첫 개인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작품 구상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 여행에서 생애 첫 전시전을 준비하게 된 그녀는 일본의 ‘Green 갤러리’를 알게 되었다.

당시 이 갤러리는 작가의 오디션을 통해 전시 개최를 결정하기 때문에 작품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기존의 개인전 이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외국인 화가로서 갤러리 전시에 도전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갤러리 관계자들은 3년 동안 전시를 준비한 김 작가의 정성과 노력하는 성실성을 높게 판단해 개최를 결정하였고, 전시가 이어지자 꾸준히 전시장을 찾아주고 격려하며 기꺼이 위로가 되어 주었다. 당시 그녀는 무려 7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가지고 첫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이후 국내외 개인전 외에도 수많은 전시에 참여했으며, 특히 꽃 작품은 공경희 작가의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되었고 현장 경찰을 위한 국민공감 대화법 <경찰현장의 수사학>(김화수 저)의 표지와 삽화로도 쓰이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화제가 되었다.

김 작가는 “그 동안 많은 실망과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저 자신의 고독과 싸우며 내면의 세계를 작품의 갈망으로 승화시켜 간 덕분에 지금의 결과를 거둘 수 있지 않나 싶다” 고 말한다.

열정적 작가의 삶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들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강사로 활동 펼쳐가
김 작가가 지난 수년 간 몰두해 온 꽃들은 최근 들어 더 밝고 화사한 색감들로 입혀져 한층 무르익은 작품으로 탄생되어 가고 있다.

그녀의 꽃 작품들은 이제 화단에서도 커다란 인정을 받고 있고, 많은 미술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현재 (사)한국미술협회와 송파미술가협회 회원인 김 작가는 3년 전부터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일반인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데생(연필 인물화)과 아크릴화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활발하게 활동 해가고 있다.

김 작가의 이번 기간의 수업은 매주 평일에 진행되며 화요일에는 개인지도 시간까지 마련되는 등 그림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표현 하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김 작가에게 그림이란 소통의 창구이자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기도 어려웠다는 그녀는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더욱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작가는 “오늘도 우리는 인생 여정 속에서 자유로운 마음의 세계를 펼치며 부활의 소망과 희망을 품고 진리의 꽃을 피우려 합니다. 삶의 모진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 하고자 무수히 노력들을 하지요. 누리기를 하찮게 여기는 곤충들조차 순례를 통해 소망과 희망, 부활을 꿈 꿉니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으로 모든 이들과 대화를 이루어 가는 김 작가의 미래에 다시 한 번 응원을 보낸다.

월간 파워코리아 11월 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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