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성미 화가

‘물의 투영’(Water Reflection) 작 유럽서 호평.
“물결에 비친 나무들이 마치 사진 영상을 흔들어 놓은 듯하다. 처음에는 뚜렷했지만 어느 순간 떨림과 흔들림이 반복되면서 흩어지는 잔상이 된다. 그렇다고 본래에 가지고 있던 본질을 망각하지는 않는다. 고즈넉하게 바라본 시선의 끝에서 추억이 잉태되고,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만든다. 색감은 굳이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단순하고 소박해 보임으로써 친근감을 준다.

붓으로 굵게 휘몰아친 선들은 한국화의 수묵 담채화 같고, 어떤 경우 섬세한 사진처럼 묘사되어 물의 표면을 드러냈다. 무작정 뿌연 것이 아닌 연두색 등으로 여유롭게 여백을 두고, 고요함 속에 움직이는 생동감과 운율이 어우러져 이내 소리 없는 자연의 합창이 되어 전해져 온다.”

구상작가 ‘배성미’ 화가의 작품 ‘Blending’(혼합), ‘Diffusion(확산), ‘Beautiful Struggle’(아름다운 투쟁) 등을 바라 본 첫 느낌은 이랬다. 물을 소재로 한 이 작품들은 물 표면이나 그 주변부가 빛에 투영되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 물성의 실체를 드러낸 것들이 특징이다. 특히 배 작가의 대표작 ‘블렌딩(Blending)’은 네덜란드 운하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물에 투영된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작가의 말 그대로 ‘물의 투영(Water Reflection)’이다. 그림은 투영된 이미지를 심상으로 재해석하고 표현하고자 절제된 색만을 사용했다. 또한 동양화 기법을 응용하여 물감이 마르기 전에 한숨에 한 획을 긋듯이 과감하게 그렸다.

네덜란드는 지정학상 낮은 지대의 나라로 물이 많다. 나무와 집들이 촘촘한 물의 도시에서 자주 물을 접하게 된 배 작가는 어느 날 운하를 바라보다가 빛에 반사되고 바람에 흔들리는 물을 보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매력에 반해 작품으로 표현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작품에 대해 배 작가는 “내 아이덴터티의 표현을 위해 작품의 재료는 서양의 유화물감이지만 기법은 동양화적인 붓놀림으로 비정형적 아름다움에 감성을 입혔다. 물리적으로는 새로운 세계 표출한 거꾸로 된 세상이며, 도덕적으로는 나를 비추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 있는 그대로를 다 비추는 물의 투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이 투영되고 정신이 정결 해지는 세계를 추구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프라이 아카데미’ 통해 역량 높이고
외국 작가들과 교류, 개인전 열며 폭넓게 활동.
배 작가는 지금까지 13년의 화업 경력을 갖는다. 그녀는 20여년의 오랜 기간을 해외에 머물며 생활 했다. 해외에 자주 나가게 된 동기는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해외와 한국을 번갈아 근무해야 하는 남편 직업 특성상 유럽과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 7개국을 함께 돌아야 했었다.

배 작가는 198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식품공학과 석사다. 비전공자였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졌고 미국의 어덜트 스쿨(adult school)에서 뎃생 등 기초를 배우고 1996년 일본에서 그림공부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 후 2001년에는 독일화가에게 배운 실험적 기법인 ‘핑거 페인팅’기법을 이용한 작품으로 전시회에도 참가했으며 2003년에는 홍익대학교 부설 미술디자인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로 미술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시작한 건 네덜란드로 건너간 2004년부터였다.

네덜란드는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렘브란트’, ‘베르메르’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많이 배출된 나라이다. 배 작가는 여러 국가를 돌던 중 중간에 네덜란드 헤이그에 머물게 되었는데, 헤이그 소재 ‘프라이 아카데미'(De Vrije Academie)에서 외국 작가들과 교류하며 미술 공부와 작업에 더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과 달리 유럽, 미국 등지엔 전공 등을 따지지 않을 뿐더러 예술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 헤이그 ‘프라이 아카데미'(De Vrije Academie)는 프로작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최고 시스템이 갖춰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배 작가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풀타임 작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냈고, 작가로서 역량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어떤 때는 아침 8시에서 밤 10시까지 작업을 하는 등 그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물의 투영을 표현한 작품 ‘블렌딩’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이 같은 열정적인 작업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작가적 역량 발휘하는 새로운 ‘작품’ 시도
배 작가에게 ‘헤이그’는 추억이 많이 서린 도시이다. ‘프라이 아카데미'(Vrije Academie)와 더불어 그녀는 ‘헤이그 예술회’(Haagse Kunstkring) 회원으로서 자부심도 상당히 크다. 1891년에 창립되어 유수의 전통을 가지는 ‘헤이그 예술회’는 회화를 비롯해 디자인 건축, 문학, 연극, 영화,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걸친 프로작가(예술인)들이 모인 단체로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다.

이 때문에 회원으로 선발되기가 무척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배 작가는 이곳에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작품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2007년 1월에 당당히 선발되었고 지금도 회원자격을 유지해 가고 있다. 그녀는 ‘헤이그 예술회(Haagse Kunstkring)’의 갤러리를 비롯해 네덜란드에서 개인전을 세 차례 가졌다.

또한 핑거페인팅 기법의 ‘마마(Mama)’는 사실 묘사가 뛰어난 인물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2006년에 나와 호평이 쏟아졌던 ‘블렌딩’은 이태리 ‘2009 Florence Biennale(플로렌스 비엔날레)’에도 초대되는 등 시리즈와 함께 미국, 유럽 등 해외 갤러리들로부터 많은 러브 콜을 받았다. 배 작가는 그동안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 개인전을 8차례 가졌고, 단체전에도 50여 차례 참여했다. 국내서는 경향미술대전 등 여러 대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배 작가는 남편의 은퇴를 앞두고 최근에 포르투갈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럽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의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자주 느꼈다는 배 작가는 “해외에서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을 직접 가보면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고 느끼고 배웠던 것들이 앞으로 작품을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그동안 남편을 내조하며 많은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는 등 바쁘게 살아 작가로서 잠시 떠나 있었지만 이제는 재충전해 작품에 더욱 매진할 예정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배 작가는 단순히 붓만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헝겊에 유화물감을 묻혀서 손가락만으로 그리는 핑거페인팅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해 내기도 한다. 또한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수묵화처럼 검은 색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다량의 미디움을 흘려 물의 속성 그 자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녀는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법 상 여러 시도를 해 보고자 한다” 면서 물의 투영의 일환으로 다른 물체의 투영도 작품으로 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예를 들면 눈동자 안에 비친 투영물이나 고인 물에 비친 투영물 등이 그렇다. 다시 한국에서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하는 ‘배성미 작가’ 의 모든 작품 활동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월간 파워코리아 1월 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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