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혜담전통불교미술원 청계혜담 신민식 원장

불교의 신앙적 내용을 그린 그림을 일컫는 탱화(幀畵)는 기능에 따라 상단탱화, 중단탱화, 하단탱화로 나뉜다. 본존의 후불탱화(後佛幀畵)는 수미단이라 하여 부처님을 모시는 불단이 3단으로 되어있는 것 중 가장 높은 상단에 모시는 것을 말하고 중단탱화의 대표 격인 신중탱화(神衆幀畵)는 우리를 지켜주시는 신장님들을 모신 탱화다. 하단탱화는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산신탱화, 칠성탱화, 용왕탱화, 독성탱화 등을 일컫는다. 후불탱화는 본존불의 신앙적 성격을 묘사한 것이고 신중탱화는 수호신적인 기능을 띤 것이다. 후불탱화는 본존불이 누구냐에 따라서, 신중탱화는 수호의 어떤 기능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내용과 구도가 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탱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끝없는 수련을 거듭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국 각지의 사찰마다 불상을 봉안하고 탱화가 걸려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탱화 작가들의 실력을 알만 하다. 올해로 30년 가까이, 탱화로 미술계에 입문한 이후 한 길만을 간 청계혜담 신민식 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불교미술원을 열고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쓰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탱화 입문 후 30년 가까이 한 길 걸어간 장인
중요무형문화재 118호 불화장 수산(樹山) 임석환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현재에 이르러
불교를 절대적인 경지에서 보면 형상도 형체도 없는 것이므로 그것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부득이 그를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가상(假相)의 위에서 표현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탱화를 그리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국유사>에 의하면 삼국시대부터 이미 불화를 그렸다고 한다. 현존하는 탱화는 13세기경의 고려 작품이 국내에 5점 정도 전하고 일본에 80여 점, 구미 지역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원을 지닌 탱화를 30년 가까이 그리고 있는 신민식 원장은 우연한 기회에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부모님과 형제들까지 모두 기독교인 집안에서 자랐던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거치며 일을 하던 중 병풍 그림을 그리던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 분에게 병풍 그림을 배우던 신 원장은 자신의 성향과 그림의 방향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던 차에, 중요무형문화재 118호이신 불화장 수산(樹山) 임석환 선생님께서 그 화실에 놀러 오시면서부터 인연이 되어 신 원장이 탱화 작가로서의 길을 가면서 임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임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구하던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열아홉이었다.
그 때 임석환 선생님은 그와 함께 문경 봉암사에서 옛날에는 많이 사용하였지만 현재엔 잘 사용하지 않던 불교미술 기법인 옻칠개금을 비롯하여 작업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것들을 직접 일러주었다. 보통 옻칠개금이라고 하면 금박을 입히는 작업 과정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그 바탕이 되는 옻칠에서부터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옻칠은 목불을 병충과 습기로부터 보호하고 더욱 오래가는, 견고한 불상을 만들어내며 옻칠을 잘 해야 금박이 잘 붙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스님들이 워낙 깐깐하셔서 모시도 한산모시를 입히고 옻칠도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직접 발라야 했다. 스승님께서도 전통적인 부분을 많이 고집하셨는데 오히려 이후에 작업을 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고려시대 탱화의 영향 받은 작품 세계 추구
전국 각지에서 탱화․단청 작업 의뢰받아
신 원장은 옻칠개금과 불화, 단청을 배우고 난 후 바로 혜담전통불교미술원을 열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고려시대의 탱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주존(主尊)을 돋보이게 상방(上方)으로 우뚝 솟게 배열하고 조선시대 탱화에 비해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은근한 멋을 알리는 과정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다.
신 원장은 지금까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상에 수산 임석환 선생님과 같이 옻칠개금 작업을 했고, 강진 백련사, 강진 무의사, 영암 도갑사,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화순 운주사, 부산 범어사, 창녕 관룡사 등 전국 각지에 걸쳐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작업을 널리 알려온 바 있다. 그의 작업은 특히 각 요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또 위엄 있는 분위기와 색감을 추구하여 부처님의 모습을 모시는 작품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하며 꾸준히 작업을 의뢰하고 있다고 한다.
30년 가까이 한 길을 가고 있는 그인 만큼, 작업을 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그의 스승님이 옻칠개금을 고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도 옻칠개금 작업을 주로 진행하는데 목불에 눈, 코, 입을 그릴 때에는 지금까지도 크게 긴장이 된다고 한다. 옻칠개금은 열 번 이상 칠을 하고 상온에서는 건조가 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전용 습식칠장에서 건조를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지만, 완성이 되고 나면 그것이 자신만의 작품이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조형물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신 원장은 지금까지도 작업 하나가 들어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기한을 두고 정성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미술원을 열고 다양한 작업을 하며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다 보니 그에게는 탱화와 함께 단청에 대한 의뢰도 들어왔다. 단청은 청·적·황·백·흑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사용하여 목조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말하며, 불전 건물에 단청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전을 장엄하고 아름답게 장식하여 신성한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함이다. 신 원장은 단청 작업을 할 때도 고려시대 식의 단청을 추구하여 이후의 방식에서 보이는 강렬한 원색을 배제하고 색을 섞어서 사용하는 간색(間色)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문양을 입체적으로 그려 넣어 사찰을 방문하는 신자들이 더욱 깊은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불상․탱화는 단순히 종교적인 것 아니라 각각의 개성 있어"
완벽한 작업 추구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써
신 원장은 "불상이나 탱화 등을 단순히 종교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수의 서양화나 한국화 작품들을 보면서는 좋고 나쁨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불화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아무래도 종교적인 작품이어서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인 만큼 각각의 그림에서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다를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멋있다고 감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자신의 미술원에서 탱화와 단청 등 다양한 작업을 직접 지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한 걸음 늦게 가더라도 정확하고 완벽하게 작업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처음 스승님께 탱화를 배울 때 '탱화는 선이 생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왕초를 그려주시면 3천 번 그리고 사천왕초를 주시면 또 3천 번, 보살님초를 주시면 또 3천 번, 부처님초를 주시면 또 3천 번을 거듭했다. 습화와 비춰봤을 때 수염 한 가닥까지도 일치하게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작품으로서의 탱화를 그릴 수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도금공, 화공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단순히 직업으로 삼는 것만이 아니라 취미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을 소개하며 꾸준히 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에게서 배운 지 10년이 된 제자는 실제 현장에서 지방으로 출장을 다니며 단청 작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소양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문화재 기술자 단청, 모사공(단청이나 보물을 모사하는 작업), 칠공, 보존처리공, 훈준공까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불교미술에 욕심이 많아 앞으로도 불교 작업과 관련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더욱 폭넓은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 신문에 자신의 작품 바탕으로 '재미난 불교이야기' 연재해
신 원장은 현재 지역 신문인 선바위신문에 '재미난 불교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불교 미술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작업해온 수월관음도나 삼호정, 신중탱화, 대웅전 벽화 등 다양한 작업들을 소개하며 불교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간단한 지식을 알리는 글이다. 작업과 강의 등으로 바쁜 중에도 그가 기고 활동을 계속해온 이유는 앞으로 문화재 분야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투신하여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신 원장의 미술원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학 양성에 힘쓰고자 연 것으로, 초기에 필요 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들어간 돈을 빼놓고는 미술원에서 배우시는 분들이 다 같이 동참해 미술원을 끌어나가고자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필요한 재료, 물감, 붓, 종이 등을 사고 남은 금액은 미술원의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 그 누구라도 불교미술을 배우면서 부담이 되면 배울 수가 없기에 부담을 줄이려 그리한 것이라 한다. 멀게는 포항에서 가까운 곳은 바로 옆 아파트에서도 미술원에 배우러 오고 있으며, 연령대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현재 대한민국미술협회, 대한민국문화예술총연합회, 대한민국예술인협회 회원이자 오색예술인협회 사무국장, 여러 미술대전의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국내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투신하고 있는 신 원장은 "앞으로도 후학 양성에 힘쓰며 더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향후 개인전과 중요무형문화재이신 수산 임석환 선생님을 필두로 <수산문도>라는 전시회와, 또한 저에게 불교미술을 배우시는 분들과 함께 회원전도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