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원(預院) 전영미 작가

빠르게, 빠르게 만을 요구하는 요즘,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가끔씩은 쉼표를 찍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다독이고 쉬어가도 충분할 만큼 잘 살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그림은 내게 쉼이고, 위로이고, 즐거움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비워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편안함. 그림도 비워야 편안함이 있다. 비어있는 여백에서 보는 이의 생각이 머무르기도 하고 자유로이 뛰어놀기도 할 수 있도록... (작가노트 중에서)

연정 주미영 선생님께 가르침 받고 문인화의 세계 펼쳐
왕실의 귀족이나 사대부, 또는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들이 그린 그림을 뜻하는 ‘문인화(文人畵)’를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예원(預院) 전영미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손재주가 좋아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자주 받던 아이였다고 한다. 서예를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림에 대한 안목과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었고, 본인 역시 미술의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집안의 사정을 무시할 수 없었던 전 작가는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졸업 후 고대부속병원에 근무하며 그녀는 다시 한 번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홍대 앞에 있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취미로라도 다시 한 번 붓을 잡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대근무가 연일 이어지는 간호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일을 하면서 비는 시간을 이용해 취미생활을 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었기에 두세 달 만에 학원은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 작가는 “학원을 오래 다니지는 못했지만 선생님께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씀을 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문인화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만나게 된 분이 바로 그녀의 스승님인 연정 주미영 선생님이었다. 연정 주미영 선생님은 서예와 문인화 부문에 일가를 이룬 작가로 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이자 고양미술협회 문인화 분과위원장 등을 지내시기도 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십여 년 동안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전 작가는 그림에 대한 열정과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충실히 가꿀 수 있게 되었다.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언자인 아들에게 항상 고마워”
전 작가가 그리는 문인화의 특징은 ‘비어있는’ 상태를 가장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며 굳이 복잡하게 많은 것을 그리려 하지 않고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은은하게 피어나는 매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문인화는 처음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전문적인 화가 수준의 기교로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주로 선비들이 그린 그림을 일컫는, 작가의 신분에 대해 붙여진 명칭이니만큼 기교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오히려 비움의 매력, 간결함의 매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의 그림 역시 이러한 문인화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계승하여 보는 분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 작가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얻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듬해부터 전국 미술대전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과 고양행주대전이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 2회와 입선 3회의 경력을 지닌 작가로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경기미술대전, 고양미술대전, 대한민국 서예 문인화대전 초대작가로서 활동 중이다. 또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세계미술축전’에도 참여하여 다양한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크게 호평받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의 성취는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다. 화가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잘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고 저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분들도 많다. 그러나 뛰어난 필력과 기교로 인정받는 것보다도, 따뜻하고 잠시나마 시선이 머물 수 있는 소박한 저의 그림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 자체로 만족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녀는 또 작품 활동을 하며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엄마가 그림을 그릴 때 옆에서 따라 그리기도 하고 글씨를 쓰기도 하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비가 있을 때마다 엄마인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사려 깊은 모습에 전 작가는 꾸준히 그림을 그려나갈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정진할 것
전 작가는 ‘오늘 하루를 최대한 열심히 살자’는 좌우명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가고 있다. 그녀는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가 한 말이 있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즉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시작하고 나니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더욱 확장되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충실한 삶을 가꿔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작품 활동 역시 이러한 행보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작품 세계의 확장을 위해 최근에는 서예와 한문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문인화 중에서도 매난국죽의 사군자(四君子)를 기본 기틀로 삼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더 많은 다른 소재를 선택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자신이 스승님께 꾸준히 지도받아 역량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기 위해 꾸준히 정진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