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주 작가

이 세상의 빛을 처음 접하고 난 후, 인간의 삶은 수없이 많은 희로애락을 거치면서 빛을 발하면서 바래기도 한다. 불혹의 인생을 둘러 지나오면서 내가 과연 사람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거친 여정 속에서 누구나 때가 묻고 상처가 나기 마련이지만 마음 깊은 한편에는 유년시절의 순수했던 추억을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 가길 원한다. 先机 - 항상 그 시절을 회상하고 내 방 한편의 소중한 상자에 담겨있는 보석처럼 여긴다. 추억 속 책장을 넘길 때 그 안의 풍경은 따뜻한 봄날의 햇살 같다고 할까. (작가노트 중에서)

독창적 매력 선보이며 5회의 개인전 개최
청원미술협회‧충북미술협회에서 사무국장 역임해
수채화 화가인 고용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과 동화책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가 남달랐다. 선생님의 눈에 띄어 초등학교 시절 사생대회에 나가보기도 했는데, 그 때의 단순했던 선택이 지금의 고 작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찍고, 오리고, 말아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그 안에서 작품과 하나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의 길에 접어들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적성과 능력을 골고루 살려 졸업 후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 전문 방문지도교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한 수채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작가로서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화가의 꿈을 막연히 키워가던 어린 시절부터 중견 작가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있어 그림이란 많은 사람들과 자신을 소통하게 해주는 소중한 창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의 그림에서 엿보이는 맑고 강한 빛깔의 색채는 작가의 단단한 정신세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림을 그린 지 올해로 15년의 세월을 지나온 그녀는 청원미술협회와 충북미술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였는데,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는 과도기에서 마지막 청원미술협회 사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많은 작가들과 만나기도 했다. 특히 협회의 역대 사무국장은 대부분 남성들이 담당하고 있었기에 여성으로서 오랜 기간 사무국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사실에서 그녀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단단히 한 덕분에 고 작가는 지금까지 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색이 번져 다른 색을 창조하는 오묘한 경지에 매력 느껴”
점과 점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뻗어 나가
그녀의 작품 안에서는 은은하게 번지는 수채화 특유의 미학이 빛을 발한다. 유화가 두터운 색채를 겹쳐 진하게 중첩되는 특유의 무게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수채화의 미학은 단연 은은한 빛으로 번져나가는 빛깔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고 작가는 “색이 번져나갔을 때의 만남에서 또 다른 색이 나오는 것, 팔레트에 만들었던 색과는 또 다른 색이 캔버스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경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 작가는 작품의 소재를 대부분 자연에서 찾는다. 직접 보고 그리기도 하고 사진으로 찍어 와서 그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속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자연이 담고 있는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메아리>는 손의 지문으로 두드려서 북을 치듯이 산을 표현해낸 독창적인 작품이며, <노을 속으로>는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색채의 심상을 추구한다. 또 <물보라>나 <하얀 나라> 등의 작품에서는 눈으로 뒤덮인 자연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안식의 이미지와 흰 구름으로 뒤덮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했으며, 자연현상에서 생겨나는 생명력의 투영을 통해 작가 자신이 가장 중요시하는 ‘꿈’의 가치를 가슴 깊이 전달하고 있다. 특히 <하얀 나라>는 입체감을 주는 흰색 보조제인 모델링 페이스트로 3차원의 감각을 더해 탄생시킨 독창적인 미학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채화로 그려낸 <별이 쏟아지는 밤>이라는 작품에서는 일면 추상화에 가까운 형식으로 짙은 어두움이 덮인 밤하늘에 쏟아지듯 피어 있는 별빛의 아름다움을 사무치는 색감의 배치로 표현해냈다.
이렇듯 고 작가의 작품에서는 추상과 구상, 복합장르의 작품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이것은 그녀의 작품이 ‘점’과 ‘점’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뻗어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덕분이다. 작가는 “점과 점의 만남으로 선이 생기고 도형이 생기고 하나의 공간이 생겨난다. 점과 선의 만남 속에서 직선을 선택하느냐 곡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작품 안에서 보이는 관계성이 달라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간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힐링을 하고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가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다.

한‧일 교류전 등 해외 전시회에도 활발히 참여
노인들 위한 심리상담과 미술치료 활동 등 병행하고 싶어
고용주 작가는 지금까지 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한‧일 교류전, 코리아 필리핀 프랑스 일본 교류전, 청주‧목포 한국 미학의 맥 중심작가 초대전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에서 그 독창적인 매력을 인정받아왔다. 이와 함께 그녀는 현재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처음 그림을 배우러 와서는 많이 헤매기도 하지만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점, 원, 구, 영, 동그라미 등 사물, 언어, 수리학의 기초 시발점에 대한 이야기를 모태로 자연의 공간을 살려 심리와 회화의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며 연구하고 있다. 특히 미술심리치료강사 자격증을 보유한 그녀의 수업에서는 미술과 심리치료의 방법론을 두루 적용할 수 있어 더욱 호응이 좋다. 작가는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아이디어 면에서는 번뜩이는 부분이 많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그림으로 만들어야 할 지 모르는 것일 뿐이다”라고 수업에 대해 즐거움을 표시했다.
고 작가는 ‘꿈을 잃지 말자’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화가이자 강사, 각종 미술단체의 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고 작가는 향후 자신이 갖고 있는 자격증을 활용하여 노인들을 위한 심리상담과 미술치료 등을 병행하면서 끝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작가는 “평소 존경하는 모태가 된 스승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사람과 사람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정신을 널리 전하기 위한 마음으로 오늘도 아르쉬를 펼치며 하얀 도화지 위에 여러 색들의 홀베인 물감을 물들여갑니다”라는 말로 미래에 대한 포부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