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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처럼 꿋꿋한 마음의 붓대를 잡고, 평생 시를 쓰는 시인이 되어 지족(知足) 합니다
천서영 기자  |  yesyoungl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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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5  14: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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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원 시인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 편을 짓고, 장안의 술집에서 잠을 잔다. 천자가 부르지만 그 배에 타지 않고, 자기는 술에 취한 신선이라 말한다."
이 시는 두보가 이백을 노래한 시로 알려져 있다. 시인 이백을 가리켜 '시선(詩仙)'이라고, 시인 두보를 시성(詩聖)이라고 불렀던 것을 생각하면 시인은 경지를 넘어선 타고난 영감이 있어야 한다. 두보는 방랑자로서, 당장 먹을 끼니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꽤 고달픈 삶을 살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민중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시, 정치에 대해 쓴소리를 넘어 울분을 토로한 대표적 시들을 세상에 안겼다. 이들을 생각하면 임춘원 시인이 떠오른다. 민족에 대해 고뇌하는 마음을 가지고 민족주의 운동에 일생을 바치고 싶었다며, 평생 ‘시’를 쓰는 시인이 되어 여한이 없다는 그를 만나러 아지트인 인사동으로 향했다.

늘 푸른 ‘상록수’처럼,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고픈
어느 문학소녀의 꿈

임 시인은 경기도 이천 출생으로 그의 아버지는 광산가였다. 어렵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신장염을 앓아서 고등학교 3학년을 두 번 다닌 경험이 있다. 임 시인은 대학에 대한 남다른 소신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채영신의 삶을 동경했다. 척박한 시골 마을에 배움의 희망을 선물하고, 상록수처럼 꿋꿋한 소신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밝혀주는 박애적인 삶을 살고 싶은 순수한 꿈을 지닌 문학소녀가 임 시인이었다.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용신은, 실제 주인공인 최용신의 이야기다. 작디작은 샘골(현재 안산시 본오동) 마을에 농촌지도사로 파견된 주인공은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 실현, 민족의식의 고취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신여성으로서 일제 치하의 시대적 배경에 농촌진흥운동을 펼친 주인공의 삶은 작은 시골 마을에 배움의 희망을 제시했다.
“저는 스무 살에 스스로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했습니다. 대학은 못 간 것이 아니고, 안 간 것이에요(웃음). 저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입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교에 다닐 4년을 대신하여 심훈의 <상록수>의 채영신 여사같이 학교에서 봉사를 하고 싶어 경기도 여주군 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평생을 봉사자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살고 싶었습니다.”
임 시인은 시성으로 추앙받는 황금찬 시인이 한때 <주부생활> 잡지의 심사위원으로 있던 시기에 발탁되어 20대 초반에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 황금찬 시인은 속초 출신으로 1953년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후 이듬해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게재하며 근대문학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시인, 임춘원
인사동을 거닐다

“스피노자가 ‘내일 비록 세계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할지라도 아무런 유감이 없을 정도로 지성인으로서 아무런 기탄 없이, 민족운동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는 민족통일촉진회 부녀국장을 30대 초반에 역임하고, 미술과 생활사의 취재부 차장, 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 월간 문학바탕의 편집주간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임 시인은 젊은 시절부터 미술잡지의 기자를 해오며 미술품에 대한 애정과 안목이 높아졌다. 화가들과 인연이 깊어 소장품 전시회를 5년 주기로 네 번을 개최한 바 있다. 임 시인이 1988년에 낸 <봉화>라는 시집은 민족주의 이념이 담겼고, 1998년에는 <나는, 흰적삼 나비나 될까>라는 서정시집을 냈다. 인사동을 아지트 삼아 풍미하며 살다 보니 그에게 ‘인사동 백작부인’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붙는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신세훈 시백님이 어느 송년회 모임 때, 임 시인을 ‘인사동 백작부인’이라고 칭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파만파 퍼진 결과 <인사동 백작부인>이라는 시집까지 내게 됐다. 현재는 에세이집을 출간하려고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임 시인은 오래 전부터 시와 음악과 미술이 흐르는 복합적인 공간 설계를 꿈꿔왔다. 소중한 애장품들과 탁월한 예술 작품들이 공존하는 휴식 공간 확충의 일환으로 누구나 와서 차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는 공간, 시가 내뿜는 고풍스러움과도 잘 어울리는 공간을 내놓고자 한다. ‘인사동 백작부인’의 타이틀을 걸고 세상에 선보이는 시와 음악과 미술이 흐르는 카페는 올해 가을 오픈 예정이다. 예술을 삶 속에 은은히 풀어내는 그의 복합적 공간이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활력과 웃음과 행복을 더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봄비

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보슬보슬 내린다
비라도 봄비 어니 맞아나 볼 거나
행여나 내 맘에도 새싹이나 날까 봐.

나는 흰적삼, 나비나 될까

나는
흰적삼
나비나 될까
꽃이야 피겠지만
잎이야 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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