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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란 끝없는 배움의 발로이자 마음의 수련 과정이다.”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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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7  11: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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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빠르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극한의 경쟁과 소비, 자기과시 등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러한 사회는 첨단 기술의 발전과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조용히 자신의 내면과 주위 환경에 대한 사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으면서 소외, 불통, 소진(번아웃) 등의 사회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대 사회는 ‘여백이 없는 사회’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술, 특히 우리 민족의 전통 한국화는 현대인들에게 큰 깨달음을 던져 준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여백’의 아름다움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이 한국화의 기본인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내면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정형화된 모습보다는 흐르는 물과 같이 유동적이고 자연스러운 미학을 추구하는 한국화는 단순히 전문적인 작가들만의 영역으로 남겨 둘 것이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의 화두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화 작가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유지하며 50여 년째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효당(曉堂) 김세희 화백의 작품세계는 우리 모두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한국화 작가로 활동한 지 50여 년… 그림이야말로 나의 삶이며 운명이다
김세희 화백은 황해도가 고향으로 5살 때 전쟁의 포화를 피해 내려와 충남, 인천 등에 거주하며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보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피난민으로서 타지에서 쉽지만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어릴 때부터 대한민국 산천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시작했다. 이러한 화백의 행보는 그의 큰할아버지 이당 김은호 선생께서 고종 황제의 황실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명인이셨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무명의 작가 시절에는 배고프고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림이야말로 나의 삶이며 운명이라고 생각했기에 놓을 수 없었습니다”
남전 강영희 선생, 송제 오능주 선생, 소정 변관식 선생 등 여러 스승님들의 사사와 가르침 아래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김 화백은 87년 당시 문공부 문예진흥원장상, 90년에 내무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4년 국회의사당, 청와대에서 작품 시연을 보이는 등 50여 년의 경험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이력 속에서도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중국 길림성 박물관에 나의 작품이 소장된 것이 이제까지 그림을 그리며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 중국과는 차별화된 한국화의 매력을 중국인들 앞에 널리 펼쳐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답변은 소박하면서도 기상이 넘친다.

한국화는 선의 예술…자신만의 운필법으로 선의 매력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그렇다면 김 화백이 50여 년간 한국화를 그려 오면서 확립한 자신만의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 화백은 무엇보다 한국화는 선의 예술이며, 선의 매력을 독특한 시각으로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한국화 작가로서 가져야 할 큰 역량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그는 그만의 붓을 잡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쥘악 악필로 붓을 세워 그림을 거리면서 독특한 선의 매력을 살려내는 것이 그의 기본 기법이다. 또한 전통 기법의 바탕 위에 윤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물체의 형태와 빛깔을 일필(一筆)로 그려내는 몰골법과 갈구리 기법 등을 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림의 농담(濃淡)을 중요시하는 것 역시 그의 작품세계의 일환이다. 수묵의 흑백 대비로 이루어지는 한국화에서는 사소한 농담의 차이도 여러 가지 표현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 묵필로 그려지는 선, 평평하고 하얀 백지, 농담의 차이로 그려지는 그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통해 오묘한 인간의 감정을 그려내는 것이 한국화의 멋인 셈이다.

나의 장점은 끊임없는 배움과 끈기… 그것을 이해하는 제자들을 키워내고 싶다
효당 김세희 화백은 50여 년 동안 활동하며 시들지 않는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천으로 왕성한 배움에 대한 욕구와 강력한 끈기를 예로 들었다. 그의 끈기를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가 금강경 필사 경험이다. 김 화백은 한 자 한자 정성껏 공들여 필사하며 금강경 5700자를 써내는 것은 중도에 그만둘 수도 있는 힘든 경험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필해낸 것을 특히 자랑스러워했다.
한편 김 화백의 평생의 꿈 중 하나는 자신의 기법과 의지를 이어갈 수 있는 제자들을 배출하는 일이다. 김 화백은 기법과 기초를 먼저 다지고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욕구를 가지며 끈기를 발휘해야 뛰어난 작가가 될 수 있는데 성급하게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김 화백은 순수한 예술에 대한 열망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스스로를 갈고 닦는 배움의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이뤄 온 것들을 전수하고 싶다는 순수한 희망을 밝혔다.
“한국화의 붓끝은 허황된 한탕주의를 씻어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날, 김세희 화백이 말하는 한국화의 힘에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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