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국산밀산업협회 박성한 이사장

밀은 우리 생활에서 익숙한 식재료 중 하나로 보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겨울 작물이다. 하지만 국산 밀은 1956년 이후 무상원조와 더불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1985년 이후 정부 수매 중단과 수입자유화 조치로 정부와 소비자가 외면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산 밀의 자급률은 1.2% 정도로 국민들이 먹는 밀 음식의 98.8%가 수입 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2019년 밀 수매비축제가 35년 만에 도입되었고, 2020년 2월 ‘밀산업 육성법(밀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집단급식 시설에 국산 밀을 우선 구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이 시행되는 등 국산 밀을 위한 정책들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했다. 이와 같이 국산 밀을 위한 정책들이 도입될 수 있게 협조하여 국민에게 제2의 식량인 밀의 자급률을 높여 국가 식량 자급률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사)국산밀산업협회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월간 파워코리아는 (사)국산밀산업협회 박성한 이사장을 집중 취재했다.

국산 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사)국산밀산업협회’
국산 밀의 장점은 농약 살포가 적은 겨울 재배작물이고, 과민반응 유발원으로 알려진 ‘오메가-5 글리아딘’ 성분 함량이 수입 밀에 비해 약 20~30%가량 낮고, 수입 밀과는 다른 고소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 땅에서 자라나 우리 먹거리로 안전한 식생활을 만들 수 있고, 국산 밀의 이모작으로 재배 농가의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며 국내 식량 자급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웰빙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민들 중 90% 이상은 밀로 만든 음식이 비만, 소화불량 등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 밀로 음식을 만들면 전혀 속이 답답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산 밀은 인체의 면역기능 증대와 노화 방지 효능이 뛰어나고, 국산 밀 재배가 확대될 경우 수입 밀을 덜 들여오게 되어 외화 절약에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우수한 국산 밀을 알리기 위해 2010년 5월 설립된 (사)국산밀산업협회는 회원 상호 간 협력을 통하여 국산 밀의 안정적 수급체계를 확립하고 국산 밀 산업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식량자급률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수급조절 능력을 가진 조직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박성한 이사장은 우리 밀 생산 농가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구심점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성한농산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사)국산밀산업협회 감사, 국립식량과학원 현장 명예연구관, 농촌진흥청 현장 전문가협의회 부회장, 국립종자원 종자생산단지 회장, 구룡마을만들기 자율 개발사업 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하면서 우리 밀의 우수성과 품질을 널리 전파했다.

다양한 사업 통해 국산 밀의 우수성 알려
(사)국산밀산업협회는 국산 밀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밀의 유통 조절 등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사업, 자조금 사업, 국내외 시장 개척 및 판매 촉진 홍보, 밀 생산 관련 조사 사업, 국제 밀 동향에 따른 정보 수집 및 자료 제공, 밀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회원 조직화 및 연구‧교육, 소식지 발간 및 홈페이지 운영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며 국산 밀을 알려나가고 있다.
국산 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사)국산밀산업협회에서는 각 지자체를 통해 상당히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성한 이사장은 “밀이 생산이 많을 때에는 3만 톤 이상까지 했는데 그런 단지들이 다시 밀 재배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하게끔 소비가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수십 년 동안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이 잘되지 않은 이유도 기존 생산자들이 혜택을 보기 힘들어 밀 농사를 포기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국산 밀의 경쟁력을 갖추게 만들어주는 4가지 정책
박성한 이사장은 국산 밀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국산 밀 임의자조금의 의무자조금 전환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보통 자조금 사업은 품목별 자조금이다. 자조금 단체는 민간이기 때문에, WTO 농업협정(자국 농산물을 자국에서 보호를 못함)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등과 같은 단체다. (사)국산밀산업협회도 이러한 단체들과 같이 홍보와 대중매체를 많이 하기 위해서는 국산 밀 임의자조금이 의무자조금으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의무자조금으로 바뀌게 될 경우에는 의무성이 상당히 많이 부여되어 밀 생산자들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게 된다. 그렇다 보면 책임감이 생길 것이고, 원활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바로 모든 농축산물 및 식품에 GMO(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 의무화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 밀이 약 400만 톤 정도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식용으로 수입되고 있다. GMO 표시를 의무화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보다 바른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라며 우리 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 소비 확대를 위해서도 GMO 표시 의무화는 필수가 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수입 밀은 1kg당 300원가량에 형성되는데 국산 밀은 1kg당 1,000원가량으로 형성된다. 가격 차이가 무려 3배 차이다. 이렇게 가격적인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수입 밀에 관세가 전혀 붙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해도 도저히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 이사장은 “국산 밀이 가격경쟁을 갖추기 위해서는 GMO 표시 의무화와 원산지 표시를 하고, 거의 친환경에 준하는 우리 밀을 좀 더 알려 다소 비싸더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로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밖에는 없다”라고 전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북한에 국산 밀 공공 비축 목표량 3만 톤 선순환 지원이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재배면적 3만 ha, 생산량 12만 톤)를 달성할 예정이다. 무려 12만 톤에 달하는 국산 밀을 좋은 방법으로 소비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마지막 키워드는 국산 밀 원산지 표시 의무화다. 박 이사장은 “국산 밀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화를 하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음식점 사장님들이 부담하는 원재료의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식단을 찾는 손님이 늘게 되면 점차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요즘은 외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보니 요식업계 사장님들이 관심을 가져야 국산 밀의 소비가 늘어난다. 이외에도 수요를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도들이 국민들에게 우리 밀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시행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국산 밀의 생산 기반 확충과 품질 보급화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
국산 밀의 생산 기반 확충과 품질 보급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실현하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담겨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해마다 국산 밀의 생산량이 많아지는데 몇만 톤씩 늘려야 한다는 건, 해마다 재배 면적을 몇 천 ha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박성한 이사장은 “하지만 이런 수치들이 사실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밀이 밭작물이기 때문에 농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이 많다. 오래전에 정부에서 배수로 정비 및 경지정리를 했는데, 초기에 했던 부분들은 규모가 작고, 농로와 논에 진입하는 부분들이 불합리하게 되어 있어서 지금 대형화된 기계들이 들어가기 어렵게 되어있다”라며 “생산 단지 등을 대형화시키는 게 정부의 생각인데, 상대적으로 보면 경지 조건들이 그렇게 안 되는 지역들이 많아서 농수로인지 배수로인지 구분되어 있지 않은 논도 있고, 진입로가 협소하게 되있는 곳이 많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평야 지역이 많고, 비교적 넓은 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호남 지방에 비해 박 이사장이 주로 활동하는 영남 지방은 넓은 땅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국산 밀 생산 단지를 구축하는 일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박 이사장은 “생산 단지를 하는데, 법인이 아니더라도 단지 조건이 1억 이상 자본금, 1년 이상 운영한 법인이어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에 면적 조건도 최소 50ha 이상의 농지다. 이런 조건들이 맞출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남지역은 산간지이기 때문에, 평야지대가 적어 대규모 면적을 만들기 힘들다”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소농들이 소외되고 역차별 받지 않아야 해
생산 단지 확대를 위한 개선책 마련할 것
이번 1차 계획의 골자는 현재 국산 밀 재배면적 5,000ha를 2025년까지 30,000ha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밀 생산 단지를 50개소까지 조성해 국내 자급률 제고와 품질 고급화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전문 기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동시에 종자순도를 높여 고품질 국산 밀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보급종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생산 단지에 대해서는 50% 할인 공급할 예정인데, 만약 생산 단지를 갖추지 못할 경우 이러한 제도적 지원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성한 이사장은 “전체적인 지역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 지역의 소농들이 소외되고 역차별 받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국산 밀 유통 비축 체계와 생산에 관해 “민간사업자 자체 비축으로 수매자금 부족,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AT를 통한 일부 비축과 민간사업자 수매자금 지원이 확대되어 소비 증대를 위한 적정량 비축이 가능하리라 판단된다”.
해마다 국산 밀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대량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제분협회, 프랜차이즈협회 등 여러 단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비롯해 생산 단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 또한 필수다.
박 이사장은 “현재 신규 생산 단지 확대를 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법인이 아니더라도 농협 등 기관의 협조를 받으면 생산 단지를 운영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 이런 부분을 완화시키고자 앞으로 작목반 형태로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면적 조건(50ha) 완화를 위한 개선책을 정부에 건의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간 “밀산업진흥법 제정과 밀 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과 발표하기까지 힘써주신 농림축산식품부와 밀산업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밝히며, 더불어 “첫 숟가락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점차 개선하고 국산 밀이 국민의 정직한 먹거리로 거듭나며 식량 자급률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