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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民畫) 한 작품 그리면 그걸로 한 생(生) 인기라!”전통과 소통으로 화합, 생활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의 사임당
홍기인 기자  |  foru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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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25  13: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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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 이정옥 고문/민화작가

지난 9월 7일, 경북도청에서는 이철우 도지사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5회 경상북도 여성상’ 표창식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축소되고 전원 마스크를 쓴 상태지만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후끈 달았다. 이는 매년 사회 각 분야에서 지역을 빛내거나 여성발전에 기여해 시대를 앞서가는 장한 여성, 양성평등 문화 확산 및 정착에 기여한 공로자, 여성의 복지증진과 능력개발·여성단체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의미가 깊었다. 이 가운데 ‘올해의 경북여성’에 유일하게 선정된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 초대회장(현,고문)인 이정옥 민화 작가가 재조명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를 만나 그동안 펼쳐온 민화 예술세계와 활동을 들어 보았다.

정통 민화를 현대 민화로 개척, 여성 의식 높힌 ‘이정옥 작가’
이정옥 작가는 현대 민화의 초석을 마련한 대표 작가로 한국 규방 전통문화의 발굴·보전과 여성 예술인을 사회에 참여시키고 앞장선 인물이다. 포항 출신의 이정옥 작가는 1985년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영남 일대 여성들과 민화 모임을 발족해 <진솔당 규방 문화> 대표로 활약하며 민화를 백안시하는 화단 풍토에 맞서 새롭게 발전시킨 민화로 영호남 친선 교류전을 갖는 등 지역간 화합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온다. 1986년 대구 현대화랑에서 제1회 도예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포항 포스코갤러리 및 문화예술회관, 전북문화예술회관, 그리고 경주와 순천 등지를 돌며 여성예술인 권익을 옹호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등 향토예술과 문화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1987년부터 봉사활동과 더불어 걸스카웃 포항연맹 이사를 역임하며 청소년 인성계발과 사회활동에 앞장섰다. 2000년대까지 개인전만 22회에 달했고, 기획초대전, 단체전, 해외전을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끈 KBS ‘왕의 얼굴’, ‘도망자’, MBC ‘동이’ ‘마이 프린세스’, SBS ‘바람의 화원’, ‘제중원’, JTBC ‘하녀들’, ‘영화’, ‘기방 난동 사건’ 등 드라마 배경 및 소품으로 자주 등장해 민화 대중화에 큰 몫을 했다. 또한 이정옥 작가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심 갖고 2001년 7월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여성주간기념 초대전, 2004년 포항여성문화회관에서 ‘포항 여성의 날’ 기념전 등 2018년까지 남성중심 예술 분야에 여성과 여성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성평등 의식 확산에 앞장서기도 했다. 특히 2002년부터는 우리 민화에 매료된 일본, 러시아 미술인들과 상호 교류하는 전시회를 비롯해 베를린 국제아트페어, 몽골 징기스칸대학 초청전, 한류문화원 특별초대개인전 등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우월성을 알리는데 이바지하는 등 국내외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는 이정옥 작가가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포항, 구미, 영천, 경산, 문경, 김천 등을 규합해 2005년 12월 협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이와 맞물려 우리 전통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에게 보급하기 위해 대구 MBC 민화강사, 경북대학교 사회교육원 민화 특강, 포항여성회관 문화강사로 활동했다.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는 세오녀문화재, 울릉도 독도민을 위한 문화체험, 경북저탄소녹색운동, 울진엑스포 공연 및 체험, 울진국제대게축제 등에서 공연과 전시를 개최하며 현재는 전시 16개, 공연 10개 분과로 나뉘어 각자의 분야에서 예술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한국 문화 우수성 알려 자부심 갖게 하고 당당한 장르로!
이정옥 작가는 어릴 적부터 강건함으로 학업, 운동, 무용, 미술 등 다방면의 소질을 보였다. 대구카톨릭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스승과 동창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오랜 기간 민화(民畵)에 빠져든 된 동기는 이렇다. 이정옥 작가는 대학교 때 회화를 전공하며 어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어야 하는가를 혼자 고민했다고 한다. 구상을 하지만 자신의 본질은 ‘한국인’ 임을 깨닫고 신바람 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런 고심 끝에 찾은 것이 ‘샤머니즘’ 이었고, 대학원 졸업 무렵 ‘한국 무신도의 도상학적 의미에 관한 고찰’ 논문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줄곧 ‘민화를 어떻게 자리하게 할 것인가’를 연구했다. 당시에 ‘외국에서 민화를 배우고 싶다면 직접 찾아오라’는 당돌함에 논문 심사교수도 놀라워했고, 이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컸다. “무신도에 관한 연구를 하던 1970년대 당시 무모하다고 말리던 길을 헤쳐 온 것은 민화(民畵)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았고 부드러우면서도 굳센 고격(高格)의 한국적 상징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대학원을 마친 그는 결혼과 더불어 김천과 대구에서 살다 고향인 포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편을 내조하며 창작세계에 몰두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의 그림에 오해를 품은 이들도 있었고, 때로는 뜬 소문까지 돌았다. 이정옥 작가는 당시 소수의 화가만이 민화 작업하는 것을 보고 맥(脈)을 이어야겠다는 사명으로 매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포항과 서울을 오가며 전시를 열며 본격적으로 예술세계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사라져 가는 민화를 발굴해 재해석하고 예술의 한 장르로 승화, 발전시키는데 남다른 열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민화가 정통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에 우리 그림 찾기로 선조들의 예술혼을 되살려 우수한 문화로 발전시키고 해외에서 인정하는 기틀을 세우는 데 매진했다. 민화 본래의 제자리를 찾겠다는 심오한 의미도 담았다. 오늘날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우아하고 화려하며 실용성을 중시한 예술로 리빙아트(Living Art)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정옥 민화’ 는 회화적 요소도 있지만, 조형적 요소까지 포함한다. 진부했던 민화를 폭넓은 예술로 세상에 알리고 개척한 예술가로 미술사적 의미가 크다. 당돌함은 세월이 흘러 외국인들이 민화를 배우러 오는 이유를 낳았고, 한국미협에도 당당한 장으로 자리는 등 뜻한 바를 성취하게 되었다.

강건한 정신으로 점철된 삶, ‘작가들이 닮고 싶은 예술가’
호방함에 탁 트인 성격인 이정옥 작가는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우아하고 화려하면서 실용성이 겸비된 작품이 특징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면화(扇面畵)’를 기본으로 공예와 설치 등으로 옛 여성들의 생활품인 족자, 소반, 병풍, 장롱 등에 은근한 정서를 녹여내고 민화 본연의 멋을 그대로 살려낸 것이다. 이는 모던한 생활 민화의 탄생을 알렸고, 꿀단지 같은 작품들은 지난 시절 인사동 전시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019년에는 포항 ‘포스코갤러리’에서 400점의 방대한 작품으로 초대 개인전인 ‘민화풍 부채전’을 열어 다시금 선풍을 일으켰다. 이만한 규모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시였다. 이정옥 작가는 “민화에는 소통을 통한 시대정신을 일깨우는 지혜가 스며 있다. 어떤 민화에나 진부한 사고를 넘은 새로운 착상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민화 전시장에서 한국 민화는 어느 나라보다 그 경지나 양식의 전개가 우수해 여러 시각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이를 예견한 이정옥 작가는 다양한 작업으로 넓은 시각에서 포용하고 문화의 확장성을 일궜다. 그의 일대기는 ‘2018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경북여성의 삶V’(글/계명대학교 정혜숙 외래교수)에도 잘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음악으로 한류 붐이 한창일 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삶, 얼, 멋 등 민족의 혼(魂)이 깃든 말 타는 가수 ‘싸이’ 그림은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 대목이라 할만하다. 이정옥 작가의 50년 민화 세월은 녹록치는 않았다. 그는 2~3시간 밖에 못 자는 일상에서 두 아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함을 갖고 있다. 대신 아이들을 어릴 적부터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 독립성을 키워줬고, 스스로 진로를 찾아 훌륭하게 성장한 것으로 한편은 대견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사)한국민화협회 부회장도 역임하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국제와이즈맨 한국지역 대경지구 30년 근속 패(사회봉사), 한국미술상 작가, 이노베이션기업&브랜드(문화예술부문)대상. (사)한국민화협회 우수작가, 헤럴드 제14회 대한민국 문화경영(문화예술부문)대상 수상 등 그동안 괄목할 업적을 이뤘다. 그에게 이런 명예는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혹자는 “선생의 민화와 함께 꿈꿔온 인생 여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우리 민화를 전통의 창조적 계승과 실용성이 겸비된 생활 예술로 재탄생시켰다”고 평했다.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삶이 민화이고 싶은 이정옥 고문에게 이 말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들린다. 그리하여 ‘여성 작가들이 가장 닮고 싶은 작가’란 말도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니다. 오늘도 민화에 매진하며 끝없는 애정과 열정을 쏟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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