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사진 = 윤호섭 명인] |
나전칠기의 나전을 풀이하면 소라 라(螺), 비녀 전(鈿)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한자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개’라는 고유어를 사용했다. 따라서 나전을 만드는 일을 ‘자개박이’ 또는 ‘자개박는다’라고 일컬어왔다. 11세기 송나라 손목이 서장관(書고려에 와서 우리나라 풍속을 보고 정리한 책인 계림유사(鷄林類事)책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자개라는 말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감입기법에는 나무바탕을 직접 새겨 상감(象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칠 바탕 위에 자개를 붙이고 다시 칠을 올린 뒤 표면을 연마하여 무늬가 드러나게 하기 때문에 나전에는 으레 칠이라는 말을 붙여 나전칠기라고 쓰는 것이 상례이다. 우리나라의 나전칠기는 일반적으로 목제품의 표면에 옻칠을 하고 그것에다 한층 치레 삼아 첨가하는 자개무늬를 가리키며, 그런 점에서 목칠공예에 부수되는 장식적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전칠기는 특히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을 띠고 있기로 유명하다. 상당히 고급 가구로 과거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다소 진부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전통의 자개에 현대적인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더한 나전칠기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가구 디자이너 설화 Yoon(특허출원 40-2021-0226296)’의 윤호섭 명인이 그 주인공이다.
나전·자개 공예는 민족공예. 아름다운 전통의 공예를 널리 알리기 위해 두 팔을 걷다
참죽나무 원목에 최고급 편백나무. 하이그로시로 마감으로 더욱 영롱하고 다채로운 색 표현
자개는 오랫동안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탑과도 같다. 나무를 깎고.. 켜켜이 칠을 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넣은 후 다시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항상 오랜 시간, 그리고 고된 노동이 함께 한다.
윤호섭 명인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송방웅 나전칠기 장인께서는 생전에 항상 나전·자개 공예는 민족공예라고 말씀하셨다.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만 나전칠기 공예를 국가적으로 장려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다”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나전칠기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전통공예지만 최근 젊은 층에게는 그저 고리타분한 안방 장롱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윤 명인은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풍스럽고 영롱한 무지개빛의 나전칠기, 윤 명인은 젊은이들이 이와 같은 아름다운 전통의 공예를 알리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윤 명인은 실제로 최근 전통의 기법에 현대적인 소재와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초로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생산되는 참죽나무 원목을 이용해서 가구의 상판을 만들고 내부에는 일본산 최고급 편백나무를 사용했다. 여기에 독일에서 나오는 오렌지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을 사용하여 내부를 마감하고, 외부에는 피아노 하이그로시로 마감하여 기존의 검은색 위주의 색상에서 더욱 다채롭고 영롱한 색상으로 마감하여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윤호섭 명인은 “기존의 자개와는 전혀 다른 제품을 선보였다. 진부함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과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으며, 여백을 줄이고 경사를 주는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도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구 디자이너 설화 Yoon’ 어느 환경에서도 잘 어울리는 작품,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은 명품 되다
이와 같은 윤 명인의 작품은 최근 2번의 국내 전시회를 통해 선을 보였는데,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자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영롱한 빛이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하여 보면 볼수록 매료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개 안에는 다양한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모두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그림인 매란국죽(梅蘭菊竹)은 사군자를 뜻하며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가 각각 지조와 절개, 강인함 등 군자가 가지야 할 4가지 덕목을 의미한다. 또한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의미하는 십장생의 모습을 넣어 장수를 기원하고, 가정에 행복을 기원하는 학의 모습을 넣는 것이 대표적이다. 윤 명인은 이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를 담은 그림 외에도 꽃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넣어 현대적인 미를 가미했다. 이와 같은 세련된 아름다움은 한옥과 같은 전통적인 주거환경 외에도 아파트와 같은 도시적인 환경에도 매우 잘 어울리고, 프랑스와 영국 등의 서구적인 인테리어 소품과도 상당히 잘 어우러져 최근 젊은 층들 사이에서 새로운 주거용 소품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개의 또 다른 장점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오랫동안 사용해도 색의 변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윤 명인은 “작품에 천년이 가는 페인트를 사용했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이 될 것이며, 몇 백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화신주니틴’ 가구제조업으로 큰 성공 거뒀지만 전통 공예인 자개가 잊혀지는 것이 가장 안타까워
나전칠기를 세계 속 명품으로 남기는 것이 마지막 목표
윤호섭 명인은 자개와 가구를 제작한 경력이 무려 55년에 이른다. 당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라남도 함평에서 가구제작을 배웠으며, 그때부터 일반 가구와 함께 자개를 제작했다. 이후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주니어 가구 브랜드 ‘화신주니틴’를 출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화신주니틴은 서울 유명백화점 입점 1순위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윤 명인은 이처럼 가구 제조업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우리의 전통가구인 자개가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본격적으로 나전칠기 작품 활동에 전념을 하기 시작했다. 윤 명인은 “부모님 혹은 집안 선조들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아름다운 자개를 새롭게 디자인해달라는 의뢰를 많이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보다 현대적인 작품으로 잊혀져가는 자개를 다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개를 더욱 연구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자개장은 전복껍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종이처럼 얇게 갈아서 실톱으로 잘라 그림을 그려 붙인다. 그렇게 성형을 하고 나전칠인 밑칠을 하는 과정을 10회 이상을 해야 한다. 윤 명인은 그 위에 새로운 기법으로 자개가 떨어지지 않고 변색이 되지 않는 빛, 그리고 더욱 영롱하게 발하는 기법을 사용해서 다시 마감칠을 10회 이상 해서 만든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더욱 변형이 없고 변색도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탄생한 윤 명인의 작품은 어느 가구와 섞여도 조화를 잘 이루면서도, 여러 가구 중 가장 돋보이게 된다.
윤 선생의 작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하다. 이유는 더욱 많은 이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함이다. 윤호섭 명인은 “천년 넘게 내려온 한민족의 아름다운 고급문화를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 널리 알리고 싶다. 우리의 나전칠기를 스위스의 명품 시계처럼 세계 속 명품으로 남기는 것이 목표다”고 언급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