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변은정 작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실제로 문화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경제위기에 따라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정부의 적극적 정책실현과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에 의하여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문화계는 아직도 힘든 환경에 있으며 특히 창작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는 미술계의 작가들은 활동 뿐만 아니라 창작 의지마저 지치게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미술계의 현주소이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인 한국의 멋을 살리는 한지(韓紙)를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한지로만 표현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에게 힐링을 제공하고 있는 이가 있다. 거제에서 한지를 이용해 한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변은정 작가가 바로 그다.

▲ [사진 = 변은정 작가]

한지 고유의 특성을 혼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

“그림이란 바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무엇인가 나타나도록 창조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술에서 주된 감각 양식은 시각이죠. 시각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감각 중 강력한 감각입니다. 이처럼 시각은 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 비해 인간의 감각기능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미지(개인의 내면에서 나타나는 시각화된 내적 형태)를 통해 가장 먼저 보고 느낄 수 있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미대에서 섬유전공을 한 그는 가죽과 한지 타피스트리(tapestry: 실내 벽면에 걸어 장식하는 직물)등을 접하고 한올 한올 겹겹이 얽혀있는 섬유조직에 매료되었고 안동에 있는 한지공장 방문을 한 뒤 본격적으로 전통적인 한국의 멋을 가지고 있는 한지를 이용한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지(韓紙)는 닥나무로 만든 한국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한 종이로 닥종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인공적인 펄프종이와 달리 한지는 인체에 무해한 식물섬유이며 한지섬유는 여러 방향으로 꼬여 질기고 튼튼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변질 또는 변형됨이 없이 본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종이가 최초로 만들어지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전통 종이를 생산하지만 우리의 전통 한지가 훨씬 강하고 질기며 오래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한지를 만드는 재료인 닥나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단단하게 자라는 데 비해 중국이나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닥나무는 섬유질이 약해 품질이 떨어지며 일본 닥나무는 석회질에서 자라서 한지처럼 질기지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한 한지는 통풍이 되어 습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때문에 국내의 문화재 복원 뿐 아니라 유럽의 문화재 복원에도 우리 고유의 한지가 사용되고 있다.

▲ [사진 = 변은정 작가]

생명력이 강한 꽃과 나무로 보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파

이처럼 변은정 작가는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우리고유의 한지를 이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마음을 꽃과 나무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물처럼 촘촘한 한지 특유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주름기법과 각각 다른색과 농도로 물들이고 탈색하는 과정을 반복해 그만의 독창적인 색감으로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그를 통해 재탄생한 한지 작품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게 꽃과 나무를 표현할 수 있다.

“제가 하는 작품의 한위 위에는 꽃과 나무가 있습니다. 꽃과 나무에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 계절마다 다른 꽃과 나무의 향기를 담아 작가의 마음을 보는 이들에게 오롯이 전하고자 합니다. 한지를 찢고 두드리며 수 십번의 탈색과정으로 거쳐 비로소 작품으로 탄생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희열감을 느낍니다. 이처럼 꽃과 나무를 통해 저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한지는 친구이자 동반자입니다.” 이는 어쩌면 강인한 꽃과 나무의 생명력을 그림으로 표현해 대중에게 전하는 그만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는 자신만의 노력과 시도, 그리고 그에 따른 나름대로의 처절한 고민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 작가는 현재 작품 활동 외에도 한국예술인 복지재단, 미술심리 상담 공부 등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치매예방형 문화예술 치유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참여해 지역 어른신들에게 치매예방 수공예 강의를 진행했으며 거제시 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 강사교육을 수료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특성화 프로그램강사로 초빙되어 지역 장애인들에게도 강의를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신촌아트체험센터 마을학교 공방(풀꽃드림학교)에서는 교육청과 연계한 학생 진로센터를 통해 아이들에게 식물과 한지공예를 접목한 공방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늘 힘들다. 작품은 작가의 혼이 담긴 열매와 같은데 농부는 1년의 결실로 수 만개의 열매를 재배하지만 작가는 1년 농사가 마치 자식농사처럼 몇 작품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변은정 작가도 마찬가지다.　“제 작품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작품을 가져갈 때 제일 뿌듯합니다. 작품의 가격을 많이 매겨 주는 것이 결코 가치를 알아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격을 떠나 작품을 진심으로 알아줄 때 그것이야말로 작가로써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오롯이 우리전통 한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모조리 쏟아내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 비로소 숨을 쉬고 있다는 희열을 느낀다는 변은정 작가. 수 천만번을 깎고 다듬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하는 보석처럼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희망과 힐링을 할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변은정 작가는 개인전 ‘한지 Flower’전, ‘한지와 생활’전을 개최했으며 인사동 경인미술관 한지공예 3회 전시, 해외 한지작품 전시 참여 3회, 국내 단체전시 20여회 등 다수의 단체전과 괴산한지박물관 초대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촌아트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거제미술협회, 캘리드림 벽화봉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