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보현사]

종교가 흔히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창조주나 신을 상징하고 그를 믿고 의지하며 그 신에게 빌어 자신의 행복을 구하고자 하는 점에서 볼 때 불교는 어쩌면 종교가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법(法)에 대한 믿음과 구원이나 진리, 마음의 평화를 얻는 종교의 목적에서 같다는 점에서 불교도 종교임에 틀림없다. 이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지역민들 뿐 아니라 지구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부처님의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는 통영의 보현사 주지 묵원(黙圓)스님/(사)나누우리 사무국장(상임이사)을 만나보았다.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인간은 부처님 앞에서 평등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은 중생들에게 설파하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또한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개개인이 부처이기에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즉, 모든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나와 세상은 불이(不二)가 아닌 하나다. 우리는 하나의 인류, 온 사바세계의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 이 공동체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 교류하며 협력해 나간다면 인류세계의 대립과 갈등은 점차 줄어 갈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상하며(諸行無常), 모든 법에 본래의 모습이 없으며 (諸法無我), 이치를 바로 깨달으면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고요하고 평온하다(涅槃寂靜)고 설하고 있다. 묵원스님 역시 이러한 진리로 중생들에게 설파하고 있다. “탐하는 것은 불행의 시작입니다. 진하는 것은 병을 만들지요. 치한 것은 문제를 만들기 십상입니다. 이처럼 탐진치를 버린다면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의 세상이라 할지라도 행복은 찾아올 겁니다.” 스님은 불교에서의 완벽한 삶을 ‘나눔’, ‘하심(下心)’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음을 낮춰 작은 것으로도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 또 그것을 위해 진실된 노력을 할 때 비로소 완벽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특히 묵원스님은 기존의 기복신앙의 영향으로 단지 절에 와서 부처님께 삼배만 올리고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복을 받는 것은 아니며 평상심을 가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선한 마음으로 생활하며 탐(貪)진(瞋)치(痴)를 버릴 때 비로소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탐욕과 진에, 우치를 삼독이라 했다. 이와 더불어 스님은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얽혀있는 온갖 번뇌, 갈등, 원망, 집착 등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방하착(放下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 [사진 = 보현사]

부처님의 가르침인 이웃을 돕는 ‘보시’와 ‘이행’의 정신으로 나눔과 참 봉사를 실천

불교에서 수행하는 이들은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그 어떤 나쁜 짓도 하지 말며, 온갖 착한 일은 받들어 행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는 것,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의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힘든 수행을 하고 있다. 묵원스님 역시 그 중 한명이다. 2009년 라오스로 성지순례를 간 스님은 그곳에서 여행사 사장의 권유로 현지 아이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당시 라오스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어 베트남을 경유해서 갔었어요. 그렇게 힘들게 간 곳에서 아이들을 보고 난 후 도반들에게 공익단체를 만들자고 권유했고 도반들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이듬해인 2010년 3월에 (사)나누우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라오스와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라오스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었는데 현지 공무원들이 나누우리측에 교육세를 내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캄보디아로 발길을 돌려 ‘초등학교 식수 시설 건립불사’를 시작했다. “캄보디아 대부분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해 수인성 전염병에 걸려 평균 수명이 60세도 안되었습니다. 다른 부분도 필요했지만 당장 오염된 식수난을 돕기 위해 식수 시설 건립불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의 해발은 평균적으로 1m도 채 되지 않아 최신식 기계를 이용해 지하 100m 이상의 관정을 파야 하는데 식수 시설 공사비만 해도 1개당 2,000만원~2,500만원 정도이다. “부처님의 가피와 (사)나누우리 회원들의 회비로 지금까지 세계 10대 빈민국 중 하나인 라오스 루앙프라방 주 씨앙은시에 나누우리 벤마우스 초등학교 교사를 건립하여 아이들에게 비가 새지 않는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왓으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에 위치한 쁘레이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꼭트라치 초등학교 등 10개의 식수 시설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경상남도에서 1개 시설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해줘 2개의 식수 시설 공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나누우리는 캄보디아 초등학교 방문 때마다 학용품과 축구공, 자전거 등을 전해 주었으며 교실에 페인팅 작업과 구충제 지원, 음향시설지원, 마스크 지원, 선풍기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아이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와 쾌적한 교육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 [사진 = 보현사]

지구촌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외교통상부 등록 국제구호단체, (사)나누우리

전국 시•군에 지부를 두고 3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사)나누우리는 지구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부처님의 자비행을 실천하려는 스님 및 불자들이 지난 2009년 3월24일 창립한 국제구호단체이다. “(사)나누우리 설립 목적은 지역과 종교는 물론, 국경을 초월하여 문명과 정부기관의 보호로부터 소외된 곳을 중심으로 지역개발, 가난퇴치, 문맹퇴치, 아동보호, 질병치료, 재난 긴급구호 등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여 지구촌의 모든 이웃들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나누우리는 2009년 수만 명이 희생된 아이티와 태풍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필리핀에 구호성금지원,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에도 구호성금을 보내는 등 국경을 초월하여 고통 받는 이들과 그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년•소녀 가장, 환우 치료 후원금 등 매 분기별마다 100만원씩 후원을 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방역기금 1,000만원 지원, 삼척 산불 성금 2,000만원 지원, 방역마스크 기탁, 통영시 관내 장애인 시설 보수 작업 지원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국경을 초월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스님은 2010년부터 새벽예불을 마친 뒤 매일 200여명의 불자들을 위해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모바일 편지를 보내고 있으며 편지를 받은 불자들은 이웃에게 전해져 약2,000여명이 묵원스님의 아침 명상 편지를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21년 6월, 무릎 통증이 악화돼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모바일 편지를 보낼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때로는 봉사단 긴급모집 창구로 활용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많은 불자들에게 매일 아침 명상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나눔과 보시의 참 뜻을 전파하고자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인 이웃을 돕는 ‘보시’와 ‘이행’의 정신으로 나눔과 참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묵원스님.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국제사회로부터 공적개발원조를 받았으며 1950년 한국전쟁 발발시 유엔회원 22개국으로부터 전투병력과 의료, 시설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이어졌고 마침내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선진국으로 도약해 이제는 지구촌 곳곳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에 (사)나누우리는 단순 구호활동만이 아닌 수혜를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남을 도와주는 후원자로 바꾸기 위한 부처님의 나눔과 자비행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 [사진 = 보현사]

1,3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석가모니 토불(土佛)을 모시고 있는 보현사(普賢寺)

가족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던 어머니는 부처님께 귀의하기 위해 어린 아들을 잠시 친척 집에 맡겨두고 통영을 떠나 토함산 불국사로 들어가 삭발염의했다. 혜화(慧華)스님이다. 포항 임허사(臨虛寺)에 머문 혜화스님은 당대 선지식 덕암당 흥덕(德庵 興德: 1913∼2003, 태고종 13•16세 종정)스님과 법은사 인연을 맺을 만큼 정진에 힘썼다. 1970년 통영으로 돌아온 혜화스님은 미륵산(彌勒山)과 마주한 천암산(天巖山) 자락의 움막에 임허사에서 이운해온 토불(土佛)을 봉안하고는 보현사(普賢寺)라 했다. 10대의 아들도 절로 들어왔다. 대덕스님들이 보현사를 자주 찾곤 했는데 통도사 문중이었던 묘봉(妙峰) 스님이 일렀다. “너는 내 상좌다.” 절이 집이었고 집이 절이었던 청년에게 출가는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 약사사를 찾아가 묘봉스님을 만나 은사 인연을 맺었다. 종립 중앙승가강원 대교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철학교육을 전공한 후 태고종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교육부원장, 태고종 중앙종회의원 등을 두루 거치며 1990년 통영 보현사에 안착한 묵원스님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법회부터 열었다. 통영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서는 감시탑을 법석 삼아 때로는 불교 우화를 흥미진진하게 풀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은중경’의 한 대목을 전하기도 했다. 법무부 통영구치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또한 31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2,000여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한 충무불교교양대학 건립에도 앞장섰으며 지난 2015년에는 전국에 있는 경찰서 중 유일하게 통영해양경찰서 내에 법당을 건립하기도 했다. “보현사 법당에는 신라시대 경순왕(敬順王:927∼935)때부터 1,300여년의 세월을 이어져 모셔온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토불(土佛: 흙으로 만든 부처님)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50여년 오롯이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구호활동 및 봉사활동을 있었던 이유는 보현사에 모시고 있는 토불 석가모니 부처님의 원력 덕분입니다.” 묵원스님은 중생구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이웃을 돕는 ‘보시’와 ‘이행’의 정신으로 자비나눔을 강조했다. “반야심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공’입니다. 공이란 텅 비어 있다는 뜻이지만 허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말이며 그래서 서로 관계를 맺으려고 어우러진다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또한 한정이 없으므로 고정된 어떤 모습에 머물러 있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탁 트인 자유이며 걸림 없는 모습을 말합니다. 그래서 ‘공’은 무집착의 마음이자 절대 자유의 마음이면서 해탈과 통합니다. 이처럼 이웃을 위해 본인의 마음을 비우고 자비나눔을 베풀면 반드시 그 빈 마음에 모든 것이 돌아오게 되어있습니다. 본인을 비우고 한없이 자비와 사랑,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면 실천하는 만큼 나의 마음과 생각이 그만큼 넓어지므로 일체유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스님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통영지역 불교 신행단체 중 역사가 가장 깊은 통영불교거사림의 지도법사를 맡아 회원 불자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해주고 있다. 1976년 설립되어 46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통영불교거사림(창립 당시에는 충무불교 거사림이었으나 19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충무시가 통영시로 변경됨에 따라 통영불교 거사림으로 명칭이 변경됨)은 끊임없는 신행활동을 펼쳐 오고 있으며 2014년에는 여성불자들의 모임인 ‘마야회’를 거사림 부설기구로 조직하여 50여명 불자들이 매월 두 차례 법회를 열어 불교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지도법사 묵원스님과 함께 부처님 말씀을 통한 통영불교거사림의 보살행은 지역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2019년 발생한 코로나 19로 인해 법회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자 거사림 회원들은 스님과 함께 방역기구를 둘러메고 거리로 나서 행정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경로당, 장애인 시설, 버스정류장, 시민공원, 섬마을 등을 찾아다니며 방역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관내 불우 시설인 장애인 시설, 어린이 보육시설, 독거노인 등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부처님의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초파일 즈음에는 1천여 권의 불서(佛書)를 제작하여 인연이 되는 몇 곳의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해 교화를 돕고 있다.

▲ [사진 = 보현사]

대도무문(大道無門).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어떤 특정한 길이 따로 닦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는 자가 닦으면서 가는 길’이라는 뜻이 있다. 이는 수행자가 참답게 수행하면서 걸어간다면 수행자가 가는 길이 곧 부처님의 길이 되는 것이다. “수행하는 삶이라는 것이 반드시 힘겹고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평상심을 갖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선한 마음으로 생활한다는 그것이야말로 수행입니다. 곧 탐(貪)진(瞋)치(痴)를 버리는 일이겠지요.” 불교에서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탐욕과 진에, 우치를 삼독이라 했다. 묵원스님은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다면 그것이 곧 수행이라 말한다. 정작 본인은 먹물 옷 하나 제대로 없지만 국경을 초월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인 나눔과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는 묵원스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살아있는 작은 부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