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굼벵이는 그 모습 때문에 혐오적인 곤충이었지만 최근 굼벵이가 고단백 미래 먹거리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인체에 미치는 효능도 덩달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굼벵이에 대한 효능은 동의보감 탕액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있는 약재로 주로 악혈(惡血), 어혈(瘀血), 비기(痺氣), 눈의 군살, 눈을 뜨고도 못 보는 증세, 백막(白膜), 뼈가 부스러지거나 삔 부상, 쇠에 다쳐 속이 막힌 증세 등을 치료하며 유즙(乳汁)도 잘 나오게 한다’고 적혀 있다.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사한 2021년 곤충산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 곤충산업 규모는 전년대비 32억 원 증가한 446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식용곤충의 비중은 231억 원으로 전체 규모의 5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곤충업 신고(생산·가공·유통) 업체도 전년대비 139소, 약 4.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곤충 산업이 꾸준하게 발전하고 관련 시장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안성시 지역 농가가 함께 협업하여 안성시는 물론 경기도 곤충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대표 김기훈)’의 활발한 활동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 [사진 =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전국 최대 규모의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모든 곤충 사육농가의 상생을 꿈꾼다

곤충 사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부족한 지식으로 뛰어들어 실패하는 경우 막아야..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보면 굼벵이 사육이 쉽다는 내용이 많이 있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튼튼하고 건강한 굼벵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청결한 위생환경과 양질의 사료(톱밥), 그리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굼벵이는 병충해에 굉장히 취약하기 때문에 병충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집단 폐사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한다. 굼벵이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사육방식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김기훈 대표도 사업 초창기 잘못된 멘토와의 만남과 그릇된 사육방식으로 당시 사육하던 모든 굼벵이가 집단 폐사하는 시련을 겪었다. 김기훈 대표는 “굼벵이는 상당히 민감한 곤충이다. 온도하고 습도는 필수적으로 맞춰줘야 한다. 습도가 높아도 병충해가 발생하고, 낮아도 병충해가 생긴다. 병충해가 한번 오면 전염도 엄청 빠르다. 발병하지 않아도 몸에 보균하고 있다가 결국 사육되는 모든 개체가 전염된다”고 전했다.

그렇게 큰 실패를 겪은 김 대표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운영하는 경기농업대학 곤충산업과에 입학하고 독학으로 곤충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학교 교육과정과 거기서 만난 선배들을 통해 곤충에 대한 지식과 사육 방식을 스스로 터득했다. 당시 도움을 주었던 한 선배는 지금까지도 김 대표의 멘토가 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2015년 다시 본격적으로 굼벵이 사업을 시작하고, 2016년에는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곤충사육농가 12여 곳을 모아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2022년 지금 협회에 소속된 곤충농가는 무려 60여 곳에 이른다. 김 대표는 “본회가 아마 전국 최대 규모의 곤충관련 지역협의체일 것이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실패를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다른 농가들이 저와 같은 낭패를 당하지 않고, 지역 농가와 함께 곤충산업을 발전시켜보고자 연구회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언급하며, 협회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 [사진 =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가공센터 설립하고, 프리미엄 굼벵이 브랜드 ‘굼굼(GoomGoom)’론칭

김 대표는 굼벵이가 식용식품으로 등록이 되던 2017년 가공센터를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한시적 원료로만 승인이 되어서, 농가들은 굼벵이 그 자체나 건조 굼벵이만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즙이나 환, 가루로 되어있는 먹기 쉬운 가공제품이었다. 이 때문에 가공 장비를 도입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불법으로 굼벵이를 가공하여 판매하였다. 김 대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조기와 가공 설비를 도입하고 합법적으로 가공 식품 제조를 시작했다. 그리고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의 공용 브랜드인 ‘굼굼(GoomGoom)’을 론칭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곤충 사육농가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비롯해서 전국의 굼벵이 사육 농가에서 이곳을 찾아 제품을 가공하고 있다. 가공 설비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 전국에도 몇 군데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처음 가공설비를 도입할 때에는 안성시 농가만이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가공 제품을 생산하자는 생각으로 가공센터를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에서 우리 센터를 찾고 있다. 이곳에서 굼벵이 가공 제품을 위탁받아서 생산하고, 농가는 유통전문판매업을 등록하고 제품을 유통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굼굼 브랜드로 판매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 [사진 =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속이 꽉찬 굼벵이와 속이 비어있는 굼벵이

최상의 사육환경에서 홍삼박을 먹고 자란 굼벵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인증 받은 최상급의 굼벵이만 굼굼 브랜드 달 수 있어

연구회에 소속된 모든 굼뱅이 사육 농가는 굼굼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반드시 제품 품질에 대한 조건에 부합되어야만 한다.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김 대표가 정한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이는 일부 저품질의 제품으로 인해 브랜드의 가치가 실추되어 전체 농가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만큼 굼굼의 제품은 상당히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굼벵이의 사료로 사용되는 톱밥에는 안성시의 특산품인 홍삼을 가공하고 나온 부산물을 섞어서 굼벵이에게 제공하고, 90일의 사육기간을 완벽히 채우고 무게와 품질에서 모두 기준을 통과한 굼벵이만 굼굼 브랜드로 판매될 수 있다.

이곳에서 최고급의 굼벵이만 선별하는 또 다른 주요 과정이 있다. 가공하기 전에 굼벵이 몸 안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톱밥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굼벵이에게 3일간 절식을 시켜 톱밥을 몸 안에서 모두 제거하는데, 간혹 식도에 남아있는 톱밥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절식 전에 반드시 하루 동안 찹쌀만 먹여서 식도에 걸려있는 톱밥을 위로 밀어 넣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도 간혹 완벽하게 톱밥을 배출하지 못한 개체가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다시 확인을 한 후 가공에 들어간다. 현재 굼굼 브랜드는 건조굼벵이, 분말, 환, 즙, 이렇게 4가지 제품으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는데, 건조굼벵이 같은 경우에는 4~5회에 걸쳐서 선별을 하는 동시에 크기가 작거나 살이 오르지 않는 굼벵이도 같이 걸러낸다.

건조굼벵이와 분말 제품은 100% 굼벵이로만 제작되며, 환은 굼벵이 85%에 점성을 만들기 위한 찹쌀가루 12%, 그리고 월계수 잎을 3%가량 넣어 굼벵이 특유의 향을 모두 제거한다. 즙의 경우에는 굼벵이 함유량이 46%이며, 헛개나무, 구기자, 생강, 대추, 황기, 감초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9가지의 한약재를 더해서 만든다. 참고로 한 개의 포에는 약 20마리의 굼벵이가 들어간다.

▲ [사진 =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왼쪽 건강한 굼벵이, 오른쪽 건강하지 못한 굼벵이

시장을 흐리는 저가 저품질의 제품들, 굼굼의 프리미엄 브랜드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사육기준안과 사료원까지 통일, 박물관과 곤충단지 조성으로 전 국민 찾는 힐링 장소 될 것

굼벵이는 혈액순환에 굉장히 좋고 천연항생 단백질인 프로테신 함유량도 높아서 간경화와 간암, 간염 등에 상당히 좋다. 이와 같은 내용은 동의보감과 명나라 때 아주모가 저술한 ‘본초의언(本草疑言)’이라는 고서에 잘 기술되어 있다. 본초의언에는 ‘굼벵이는 간에 좋지만 간은 눈과도 연결이 되어 있기에 눈을 치료하는데도 굼벵이 즙을 사용되었다’고 적혀있다.

이처럼 굼벵이가 몸에 좋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건강식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데, 이런 대중적인 인기에 편승한 일부 유통업체에서 품질보다는 가격에만 집중한 저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장을 흐려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굼굼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최상급의 프리미엄 제품만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회 자체적으로 굼벵이 사육 기준안을 만들었으며, 사료원까지 통일했다. 그리고 중금속 중 하나인 비소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물의 경우에도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농가마다 각기 지하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안을 만들 수는 없지만 굼벵이에게 공급되는 물에 대한 중금속 검사를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안성시를 넘어 경기도 전체의 공동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기도 곤충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먼저 안성 지역에 곤충 박물관을 만들고 그 옆에 곤충 단지를 구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지금은 각자 흩어져서 사육을 하고 있지만 단지 안에 모여 생산도 하고 가공도 하면 시너지 효과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는 일반인을 위해 힐링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고 언급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