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향옥정]

선암다리라고 불리던 김해교를 건너면 나왔던 선암마을은 부산에서 김해로 들어설 때 만나는 김해의 첫 관문이었다. 선암 마을은 남해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두동강이 났으나 현재 대동면 수안리에 이름이 남아있고 불암동에 있던 쪽은 불암동 12통으로 불리며 마을이 유지되고 있다. 선암마을이라고 하면 유명한 것이 바로 장어였다. 사회고위층들이 직접 전국에서 찾아와 먹을 정도로 선암장어는 그 맛과 영양은 유명했다. 남해고속도로로 인해 마을이 분단되어 명성을 잃었던 시절도 있지만 불암동 주민들이 다시 장어마을을 되살려 현재도 장어마을이 유지되고 있다. 이 장어구이 명소를 지키기 위해 주민들은 합심하여 서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간간이 장어구이집에서 수입산 장어를 국산 민물 장어와 섞어 팔거나 혹은 아예 다른 종의 장어를 민물 장어인 마냥 팔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이곳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팔면 마을에서 내쫓겨나기 때문에 불암동 장어촌에는 사람들이 그 명성과 맛을 믿으며 찾아오고 있다.

▲ [사진 = 향옥정]

환절기 허한 몸에 좋은 장어

3대가 이은 46년 전통의 향옥정

민물장어는 몸보양이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자산어보에서도 ‘맛이 달콤하여 사람에게 이롭다’ 라고 적혀있을 정도로 옛날부터 먹어온 음식이다. 고혈압, 비만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고 노화방지, 항암효과, 피부미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몸이 허한 사람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비타민 A, B, E가 많은데 비타민 A는 시력을 보호해주는 비타민이며 비타민B는 신체를 재생시키고 피로를 불어주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 E의 경우 토코페롤이라고도 불리며 우리 몸의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이외에도 칼슘, DHA 등 각종 몸에 좋은 영양소를 갖고 있어 남녀노소 환절기에 힘이 빠진 몸에 영양을 보충하기 좋은 음식이다.

김해 불암동에 위치한 향옥정(대표 오창원)은 국산민물장어만을 취급하고 있는 민물장어 전문점이다. 향옥정이 위치한 불암동은 김해의 민물장어촌이 위치한 곳이다. 불암동은 과거 선암마을이라고 불리던 지역의 일부였으며 선암마을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민물장어거리가 있던 곳이었다. 향옥정은 1대 공순자 사장의 손으로 1977년부터 시작하여 그 시절의 전통을 이어오며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방 두 칸의 작은 초가집에서 시작해 그 맛과 씨알이 굵은 국내산 장어로 사람들의 입맛을 기나긴 세월동안 사로잡았으며 현재는 불암동 뿐 아니라 김해를 대표하는 민물장어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했다. 1대 공순자 사장에 이어 2대 오창원 대표와 오창식 대표가 대를 이었으며 오창원 대표의 장남인 오태근 씨, 차남인 오태규 씨가 3대 째 가업을 잇고 있는 중이다.

▲ [사진 = 향옥정]

'우리가 더 쓰면 손님은 더 기쁘다'

맛 좋고 푸짐한 장어 한 상

불암동 장어촌에서는 어느 집에 가든 국내산 민물장어를 맛볼 수 있다. 이는 한 번 잃어버릴 뻔 했던 장어거리를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노력한 결과로 수입산 장어를 국내산 장어로 속이면 마을에서 내쫓겨나기에 장어촌에서는 모든 집이 국내산 장어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향옥정이 다른 장어전문점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그 역사와 함께 이어진 조리법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장어는 몸에 품고 있는 기름도 많아 자칫 사람에 따라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장어에서 나온 기름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있어서 건강에도 좋은 기름이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어느 정도는 적당 선까지 기름을 빼야한다. 향옥정은 애벌구이로 기름을 충분히 제거하는 조리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기름을 적당히 빼 담백해진 장어는 연탄불 위에서 직접 양념을 발라가며 굽는 옛 방식을 고집해 깊이 있는 감칠맛을 낸다. 향옥정 안에 ‘연탄불은 꺼지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붙여둘 정도로 향옥정은 이 방식을 꾸준히 고집하는 중이다. 당연히 애벌구이를 할 때도 연탄구이를 하는데 가게를 지나가거나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애벌구이 모습이 보여 요리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손님들의 침을 꼴깍 넘어가게 한다. 특히 연탄구이는 고기를 구울 때 다른 구이방식에 비해 요리의 수분을 덜 빼앗아 구이를 했을 때 식감이 퍼석퍼석하지 않고 촉촉하게 해주며 연탄불 위로 떨어지는 기름은 고기에 훈연 효과를 내 맛을 더해준다. 여기에 ‘아끼지 마라. 우리가 더 쓰면 손님은 더 기쁘다.’라는 선대 사장의 가르침에 따라 아낌없는 나물과 반찬, 고슬고슬하게 지은 강황밥이 함께하는 푸짐한 상차림은 눈으로 한 번 배부르고 입으로 한 번 더 배부르다. 이러한 맛과 푸짐함으로 향옥정은 다담회 지정 유명업소, 2021 김해맛집,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백년가게로 지정되었다.

▲ [사진 = 향옥정]

음식 만큼이나 푸짐한 인심 베풀어

쌀 10kg 100포대, 라면 100박스 기탁

1대 공순자 사장은 요리 솜씨로도 소문이 난 사람이었지만 손이 커서 푸짐한 인심으로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 마음가짐을 이어나가 오창원 대표는 이웃에게 푸짐한 인심을 베풀고 있다. 최근 향옥정은 불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저소득 주민들을 위해 쌀 10kg 100포대와 라면 100박스를 기탁했다. 기탁한 물품은 불암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발굴한 민간자원으로 활용되어 협의체 위원들의 손으로 저소득 가정에 직접 전달될 예정이다. 오창원 대표는 코로나 장기화와 물가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컸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품을 전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더욱 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더 다양한 나눔활동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향옥정은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지역민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되돌려주는 것과 동시에 전통을 고수하는 뚝심있는 경영방식으로 외식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40여 년 역사에 이어 100년을 넘어서도 사랑받을 향옥정의 발전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