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최환금 모델]

최장수 모델로 기네스북에 오른 ‘카르멘 델로피체(91세·Carmen Dellorefice)’ 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져 나이가 드는 것이다.” 이 말은 즉, 누구든 열정만 식지 않는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목표를 일굴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운 명언이다. 수명 연장으로 100세 시대 환경에서 제2 인생을 노크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이렇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제언은 없을 것이다. 모델 최환금은 그렇게 부응한 대표적인 시니어로 손꼽힌다. 본지가 ‘한국모델협회장상’과 ‘헤럴드 문화경영대상’ 시니어 모델 수상으로 화제 되었던 그를 만나 보았다.

▲ [사진 = 최환금 모델]

활짝 연 모델 등 인생 2막, ‘시니어 롤모델’로 등극

곧고 흐트러짐 없는 체형에 얼핏 50대 후반 정도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나이를 알면 모두가 깜짝 놀란다. 한국 나이로 70세(만 69)지만 10년은 젊어보이는 최환금 모델.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의 2막 인생 열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는 첫 마디에 “꿈꾸던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나이 상관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내 자신을 보는 즐거움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다.”라고 했다. TV에서 고령의 모델이 비치긴 하지만, 유명 셀럽이 아닌 바에는 일반적으로 모델과 연기 등 여러 분야로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이런 면에서 최환금 모델은 한복 및 패션 쇼 등을 아우르는 엔터네이너다. 작년 10월에는 연극에도 도전해 성공적인 공연도 했다. 이런 노력은 2022년 1월 KMA(한국모델협회) 주최 ‘제3회 시니어모델대회’ 한국모델협회장 상과 올해 7월 KMA(한국모델협회) 제1회 한복모델대회 ‘한복베스트모델상’ 수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9월, 메이저 언론사가 선정하는 헤럴드(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제17회 대한민국 문화경영대상’ 시니어(40세-70세) 모델 부문 최초 수상자에 올랐다. 그동안 쌓은 탄탄한 이력과 열정으로 빚어진 종합 결실이었다. 이와 함께 그는 지금 규모 있는 패션 및 한복 쇼, 각종 행사와 이벤트 등의 모델로 왕성한 활동을 해가고 있다. 최환금 모델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모델 도전은 아카데미 교육에 그치는 게 아닌 실제 현장에서 워킹, 포즈, 턴, 무대매너 등을 익히고, 여러 쇼 무대 경험을 함으로써 성공의 확신을 더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 [사진 = 최환금 모델]

과묵함으로 탈무드의 글귀 새겨 후회 없는 삶 일궈

최환금 모델의 열정에는 그동안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다. 그는 28년의 공직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고교졸업 후 광주에서 서울로 잠시 올라와 대학생이던 큰 오빠와 어머니가 사시던 곳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당시에 그는 거리의 의상실 쇼 윈도우를 보면서 의상에 매력을 느끼며 모델에 대한 꿈을 잠시나마 상상했었다 한다. 이후 광주로 내려간 그는 전남도청 관광 운수과로 취업을 하면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다. 이때부터 양재학원 다니면서 양장 재단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를 시작으로 사회복지사 및 워드프로세서 1급, 심리상담사 등 남들은 한 두 개도 힘든 데 자격증만 무려 11개나 따냈다.

이와 함께 경력직으로 들어간 광주시청에 근무하며 광주대학교(행정학)와 동국대행정대학원(복지행정학) 석사 과정도 마쳤다. 같은 공직자인 남편을 외조해 3남매 낳아 키우고 모범 공무원으로 반듯한 삶을 채워 나갔다. 현직에 있을 때는 업무 일지에 탈무드의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는 명언을 써놓고 늘 새기며 마음을 다졌다. 모두가 매사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런 노력으로 1993년 ‘보건복지부장관상’, 1999년 ‘광주광역시장상’, 2004년 ‘내무부장관상’, 2010년 ‘국무총리상수상’(제160281호) 수상 등 퇴직할 때까지 대미를 장식했다. 모델의 꿈을 북돋은 동기는 공직에서 퇴직한 후에 찾아들었다. 광주광역시에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이 부임했을 당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시문화센터에 시니어 모델부가 도입되어 지인의 안내로 등록 후 수료하면서였다. 그리고 의류 사업을 하며 모델 일을 본격적으로 챙겼다. 꿈을 더 실현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아카데미도 등록하고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열정을 계속 불살랐다. “우리 사위에게 내가 늘 휴일도 없이 정말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했더니 ‘그래서 장모님이 건강하시다’고 말하더라구요.” 이렇게 최환금 모델은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활짝 웃어 보였다.

▲ [사진 = 최환금 모델]

모델과 연기에 당당하게 도전, 노년의 표본으로 활동

과묵하면서 신중한 성품에 한국 여인의 강인함을 보여준 사람이라고 할까.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최환금 모델은 조용하면서 감성과 이성이 조화롭고 정제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의 뜨거운 열정과 개척하는 2막 인생에서 느낀 건 몸과 마음이 균형을 잘 이룬 실천의 멘토란 생각이 든다. 타고난 건강 체질에 목표를 하나하나 성취해 이 시대 ‘찐’ 주류로 도약한 인물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사는 그이기도 하다. 최환금 모델은 현재 광주 상무 지구에서의 의류업과 더불어 서울을 오가며 한국모델협회(KMA) 활동과 JACTORS(제이액터스) 소속 모델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10월에는 의정부에서 열리는 ‘2022 아시아 오픈 컬렉션 시니어 패션쇼’ 무대에 다시 오른다. 이외에도 공직 시절에 시각장애인, 다문화가정, 모자·부자가정,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연장선으로 굿네이버스와 유니세프를 통해 작년부터 적지만 나름의 후원도 해가는 중이다.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으로서 사회 취약계층을 돌보는데 평생 헌신하고 항상 봉사하는 정신이 배었던 그이로서 세계 불우 아동들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최환금 모델은 “젊어서부터 열심히 살아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매사 성실히 살아왔고 현재도 건강하게 하루하루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고품격의 세계적인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Carmen Dellorefice)’ 처럼 되고 싶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도전해 우리나라 대표 시니어 모델로서 꾸준히 노력하고 노년의 표본이 되는 활동을 더 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