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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알크루,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다고정밀 VPS 기술로 공간 컴퓨팅 OS 개발에 나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
원헤레나 기자  |  hywon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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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0.24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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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브이알크루]

최근 IT 업계에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공간 컴퓨팅은 2003년 MIT 미디어랩 사이먼 그린월드의 석사 논문 ‘공간 컴퓨팅’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80년대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90년대 ‘보이지 않는 컴퓨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컴퓨터의 미래상이다. 지난 6월 2023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CEO 팀 쿡이 신제품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할 당시 ‘공간 컴퓨팅’을 언급하면서 향후 IT업계를 주도할 기술 패러다임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공간 컴퓨팅은 사람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다시 정의함으로써 인간과 기계, 나아가 인간과 사물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컴퓨터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넘어 우리가 속한 공간과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컴퓨터의 입력장치이자 동시에 출력장치가 됨으로써 사용자가 부지불식간에 컴퓨터와 소통하는 디지털 환경을 지향한다. 공간 컴퓨팅은 인간이 환경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행위를 컴퓨터의 사용과 구분 짓지 않으며,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가장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 예컨대 시선, 음성, 제스처를 통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사용자는 기기에 딸린 스크린을 통해서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신 집과 학교, 빌딩과 도시 등 온 세상이 인터넷 그 자체가 되는 것을 경험하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가상인지를 구별하는 감각의 경계를 허문다. 8년 전 애플이 Metaio를 인수한 이래 지금껏 주장해왔던 증강현실,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모호하게 뭉뚱그려졌던 가상과 현실의 융합이 보다 구체적인 개념과 함께 다음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차세대 컴퓨팅으로 떠오른 ‘공간 컴퓨팅’의 글로벌 표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독자적인 기술로 공간 컴퓨팅 관련 원천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강소 벤처기업을 소개한다.


공간 컴퓨팅을 위한 원천기술 독자 개발
VPS 및 공간 컴퓨팅 관련 특허 40건 이상 출원

2020년 2월 설립된 ㈜브이알크루(대표 최성광)는 공간 컴퓨팅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온 고정밀 VPS(Visual Positioning System, 시각적 위치 측정 시스템)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 세계 위에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 기반 벤처기업이다. 자체 구축한 디지털트윈 실증공간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공간 인터넷이 가진 가능성을 탐구하는 한편 폭스바겐, 르노, 닛산 등 글로벌 기업들과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업계의 최전선에 서 있다.
VPS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공간에 대해 오로지 시야의 이미지만으로 정밀한 위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센티미터 수준의 위치 측정이 가능하며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와 지하에서도 활용이 가능해 GPS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과거 포켓몬고가 GPS를 기반으로 현실 ‘위’에 가상의 개체들을 늘어놓았다면 VPS는 보다 나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현실 ‘속’에 가상의 것들을 들여놓는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또는 AR글래스 사용자가 주변 환경의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증강현실로 표시되는 가상의 존재들이 현실과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등 가상에 실재성을 부여할 수 있다. 포켓몬고의 개발사인 나이언틱과 더불어 세계적인 지도사업자인 구글과 애플 등은 지난해 6월 앞다퉈 VPS를 출시하여 업계의 관심을 모았으며, 국내의 지도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러한 VPS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브이알크루는 2021년부터 독자적으로 VPS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현재 국내에서 가장 정밀한 VPS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VPS 기술 중 최초로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정밀측위기술 공인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최성광 대표는 “브이알크루가 개발한 VPS 기술은 기존의 모든 측위 시도가 실패한 제철소 내 극한환경에서조차 매우 안정적으로 작동한 유일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브이알크루를 설립한 최성광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 자퇴 후 본인의 인디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 개발하게 된 모바일VR 기술을 통해 과기부에서 주최하는 모바일기술대상에서 19년 역사상 최초로 개인이 수상한 사례를 남긴 특출한 인재다. 당시 SKT와 공동으로 과기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이 기술은 현재 브이알크루의 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브이알크루는 설립 첫해부터 글로벌 AR글래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Nreal(현 Xreal)과의 MOU를 바탕으로 증강현실 업계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Nreal의 AR글래스 제품에는 브이알크루가 개발한 게임이 기본 탑재되어 있다. 이듬해부터 독자적인 기술 로드맵을 바탕으로 VPS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한 브이알크루는 2022년 설립 2년 만에 총 95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VC들로부터 19억 원의 첫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최근까지 무려 4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원천기술 개발 및 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해 왔으며, 단순한 증강현실 구현을 넘어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공간 컴퓨팅과 증강현실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증강현실은 공간 컴퓨팅에서의 디스플레이와 인터페이스에 해당합니다.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가 컴퓨터의 필수요소는 아니지만 그것들이 없다면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기란 매우 힘들 것입니다. 증강현실은 향후 인간과 로봇, 나아가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호작용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브이알크루는 자사의 최신기술들을 여러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에도 접목시켜왔다. 현업 작가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제작된 XR미디어아트 작품은 그동안 예술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mM아트센터, 경북도청 로비 등에 전시되었으며 특히 올해 10월에는 LA에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와 남산도서관 101주년 기념전에도 초청됐다. 브이알크루의 최근작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술적 은유가 담긴 아나모픽MR™ 기술이 적용된 작품들로, 스크린 속 가상 개체들이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나와 사용자와 맨손으로 상호작용하는 마법 같은 연출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최성광 대표는 현재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민관합동 메타경북추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브이알크루의 최신 기술과 노하우를 경상북도에 제공하고 있다.

 

   
▲ [사진 = ㈜브이알크루]

모바일 컴퓨팅의 다음 단계는 공간 컴퓨팅
사람과 도시, 건물과 사물을 아우르는 새로운 인터넷의 등장

최 대표는 ‘공간 컴퓨팅’이 ‘모바일 컴퓨팅’의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개인용 컴퓨터의 궁극적 형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IT 대기업들이 스마트폰의 다음 폼팩터로서 폴더블이나 롤러블을 주장하는 사이 애플은 웨어러블 컴퓨터나 AR글래스 같은 증강현실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특히 매킨토시 이후 아이폰을 성공시킨 애플이 올해 6월 WWDC에서 발표한 비전 프로는 과거 PC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으나 윈도우즈폰에서 참패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출시와 정확히 대응됩니다. 아직 일상적으로 사용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두 제품의 출시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입니다.” 애플 CEO 팀 쿡이 비전 프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직접 “맥이 개인용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듯이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컴퓨터의 발전 과정을 보면 1950-60년대의 거대하고 값비싼 초기 컴퓨터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소형화되고 사용하기 쉬워져, 70-80년대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사무실과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는 ‘퍼스널 컴퓨터’ 즉 PC의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이랬던 컴퓨터는 2000년대에 더욱 경량화되고 소형화되어 급기야 모든 사람이 직접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개인화 기기로 거듭나게 되며, 이를 통해 인류는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모바일 컴퓨팅은 세계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촉발하면서 지금까지 호황기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폰이 수집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현재 위치 같은 맥락정보를 컴퓨팅에 점차 반영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모바일 컴퓨팅에 이어 2020년대에 등장할 공간 컴퓨팅에서는 컴퓨터가 더욱 더 작아져 시계나 안경처럼 우리가 몸에 걸치고 다니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주변공간을 둘러싸는 수많은 사물인터넷 기기들로 변화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24시간 내내 인터넷 접속을 유지하게 되며 사용자의 공간과 주변 환경, 현재 상황, 개인정보까지 모든 의미론적인 맥락정보들이 컴퓨팅을 위해 총체적으로 활용되게 됩니다.”
최 대표는 또한 미래에 이러한 새로운 컴퓨팅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이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그것은 바로 ‘공간 웹’이다. 공간 웹은 사물인터넷과 디지털트윈이 맞물려 빚어내는 현실 세계의 3차원 인터넷으로, 현재는 웹 3.0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웹 2.0이 모든 사람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면 웹 3.0은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까지도 인터넷에 편입시킨다. 이를 위해 현실의 모든 장소, 사물, 그리고 사람들에게 DNS 주소 같은 일종의 인터넷 주소가 부여된다.
“현대 컴퓨터의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현재의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의 영역을 창출합니다. 전자메일을 보냄으로써 송금이 가능해진다던가 하는 것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공간 웹은 현실 세계의 공간과 사물들까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하며, 이를 통해 에이전트는 마치 웹사이트에 접속하듯 사물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 웹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더해지면 우리는 증강현실을 통해 마치 초능력을 사용하듯 사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머지않아 공간 웹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며,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할 것입니다” 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 [사진 = ㈜브이알크루]

국내에서 가장 정밀한 브이알크루의 VPS 기술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공간 컴퓨팅의 비결은 위치정보

“몇 년 전부터 출시된 모든 아이폰과 애플 워치, 홈팟 미니, 나아가 향후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군에 포함될 부품이 있습니다. 바로 U1칩입니다. 이제 곧 U2칩으로 업그레이드될 U1칩은 애플의 공간 컴퓨팅을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가 위치정보임을 드러내는 단서입니다.” 최 대표는 공간 컴퓨팅과 공간 웹에서 위치정보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만약 GPS보다 100배 이상 정확한 위치측정 기술이 있다면 우리는 포켓몬고의 피카츄가 허공 언저리에 떠있는 모습을 보는 대신 땅 위에 정확히 발을 붙이고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피카츄는 땅이 어딘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벽이 어딘지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피카츄가 마치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피카츄 대신 디지털트윈을 현실에 정확하게 포갠다면 무엇이 가능할까요? 제가 무언가를 바라볼 때 제가 착용한 AR글래스는 제 시선이 맺힌 자리에 포개져 있는 그 사물의 디지털트윈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즉, 저는 무언가를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그 대상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만약 제게 충분한 권한이 있다면 저는 증강현실 등을 통해 해당 사물을 제어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성광 대표는 이러한 고정밀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 바로 VPS라고 설명한다. 현재 브이알크루의 VPS는 현실 세계와 디지털트윈을 1센티미터 이내의 작은 오차로 중첩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밀도는 기존의 GPS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까지 공간 컴퓨팅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이제 공간 컴퓨팅은 가상의 존재들이 마치 현실의 일부인 것처럼 현실의 대상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며, 우리로 하여금 가상에서만 가능했던 초능력과도 같은 방식으로 현실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소프트웨어를 물질로, 공간을 인터넷으로(Software into matter. Space into the Internet.)’라는 브이알크루의 슬로건은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이러한 미래상을 함유하고 있다.


공간 컴퓨팅을 위한 ‘외장형 뇌’ 클라우드OS
2025년 출시 목표로 공간 컴퓨팅 OS 개발에 박차

이처럼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컴퓨터로 작동하게 되는 공간 컴퓨팅 시대에는 과연 무엇이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는 것일까. 최 대표는 그것이 바로 클라우드OS라고 말한다.
“50~6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는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들은 전선의 연결이라는 물리적인 형태(hard-wired programming)로서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성하거나 기존의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프로그래밍’을 위해서는 전선을 뺐다 꽂는 재연결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처럼 그 당시의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였으며, 그러한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한 OS 역시 하드웨어 자체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70~80년대에 이르러서는 OS가 하드웨어와 분리되어 별도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OS를 디스크에 담아 어느 컴퓨터에든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디스크OS를 우리는 ‘DOS’라는 명칭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OS를 별도로 판매하는 이러한 전략은 빌 게이츠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나 쉽게 하드웨어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중저가 컴퓨터를 생산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결국 80~90년대 각 가정에 PC가 보급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하드웨어와 OS가 분리된 그 순간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두 가지 현상에 더해 인터넷의 출현까지 맞물린 결과 80~90년대 PC 시장은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에는 OS의 위치가 다시 한 번 뒤바뀌게 되는데, 바로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이기 위해 OS가 다시 하드웨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의 M1칩으로, RISC와 OS의 밀접한 통합이 그토록 강력한 성능의 비결이었다.
여기까지 OS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던 최 대표는 문득 한 가지 예측을 던진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전력 소모를 그보다 더 줄여서 아주 극단적인 저전력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슈퍼컴퓨터와도 같은 고성능의 컴퓨팅을 얻고자 한다면, 그때는 OS를 다시 꺼내서 클라우드에 놓아야 할 겁니다. 특히 AR글래스 같은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기기들은 무선인데다 배터리 용량과 발열 관리의 제약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기들을 통해 구현되는 공간 컴퓨팅에서의 앱은 클라우드에서 실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앱을 실행하기 위한 OS도 클라우드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즉, 공간 컴퓨팅에서 클라우드OS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입니다.”
한편 공간 컴퓨팅을 위한 클라우드OS는 현실의 사물들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그것들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현실과 정교하게 중첩된 ‘3차원 오버레이’로서의 디지털트윈을 포함한다. 이때 디지털트윈을 현실에 정교하게 포개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VPS 기술이다. 최 대표는 “브이알크루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이러한 공간 컴퓨팅 OS, 일명 ‘리미널리티OS’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리미널리티OS를 통해 향후 디지털트윈과 증강현실, 인공지능, 로봇을 모두 연결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집과 학교, 빌딩과 도시를 살아있는 컴퓨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사진 = ㈜브이알크루]

공간 컴퓨팅 OS의 가장 큰 활용은 인공지능과의 결합
공간 웹과 멀티모달 인공지능이 불러올 시맨틱 웹의 부활

영화 <아폴로 13>에서 지상에 있는 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에 떠있는 아폴로 13호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방법을 불과 몇 시간 안에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들은 우주선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용가능한 물건들, 예컨대 우주복, 호스, 테이프, 봉투, 양말 등을 정확히 같은 양만큼 준비해서 책상 위에 모아놓고는 “이것들만 써야한다”라는 제약조건 속에서 머리를 맞댄 끝에 우주선 내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필터가 바로 NASA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임기웅변으로 알려진 ‘메일박스’다.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들은 무전을 통해 NASA 기지로부터 메일박스의 제조 과정을 차근차근 안내 받았으며 그대로 따라 만든 결과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아폴로 13호 사태는 디지털트윈이 문제 해결에 활용된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선 내의 물건들을 책상 위에 똑같이 나열하고 그것들을 활용해 문제해결을 시뮬레이션 하는 방식의 ‘아날로그 트윈’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에 대한 ‘트윈’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
최 대표는 현재의 인공지능 혁명이 아직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다들 인공지능 혁명이라고 야단이지만 사실 지금의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라곤 고작 해봐야 검색을 대신 해주거나, 보고서를 대신 써주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등의 ‘하찮은’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아직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문제, 예컨대 지구온난화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직접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가 속한 현실을 최적화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인공지능에게 디지털트윈, 나아가 공간 웹을 연결해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인공지능은 인터넷에 있는 텍스트들을 통해 과거의 지식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비로소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그것들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컨대 중국의 항저우시는 교통난이 매우 심각해 스마트시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도심 교통난의 해소가 주요 과제였습니다. 항저우시는 도로의 CCTV 영상을 도시의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시티브레인’에게 제공하고, 이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도심 내 교통 신호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현실 세계에 대한 제어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항저우시는 도시교통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었고, 구급차의 현장 도착 시간이 무려 50%나 감소되는 기적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최적화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의 궁극적 활용 방안입니다.”
2018년은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의 분수령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의 아버지인 팀 버너스리가 주장했던 ‘시맨틱 웹’, 즉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의미론적 인터넷에 대해 “작년의 로드킬만큼 죽었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이제 우리는 챗GPT가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을 이해하고 있음을 나날이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 언어 모델을 가능하게 했던 파운데이션 모델은 점차 텍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까지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성광 대표는 “텍스트 기반의 인터넷에 기존의 거대 언어 모델이 연결되었듯이 공간 웹에 멀티모달 인공지능이 연결되면 인공지능이 비로소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진정한 인공지능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그러한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증강현실, 그것이 바로 최 대표가 공간 컴퓨팅 OS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기술의 시대 속 증강현실의 가치
글로벌 기업들의 메타버스가 가상공간이 아닌 이유

이렇듯 공간 컴퓨팅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나아가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공간 컴퓨팅이 제시하는 멋진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국내 산업이 왜곡되거나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공간 컴퓨팅 환경에서의 새로운 인터넷인 공간 웹을 두고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웹 3.0’ 또는 줄여서 ‘메타버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로블록스’ 같은 가상공간 기반의 서비스를 두고 메타버스라고 칭합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미국, 일본, 유럽 등과는 다른 주파수대역을 두고 5G라고 불러오다 결국은 도태되고 말았던 국내 5세대 이동통신 산업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논의되어 왔던 방향과 달리 메타버스의 핵심은 가상공간이나 아바타가 아닌 ‘현실’이며, 웹 3.0의 핵심도 블록체인이나 NFT가 아닌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브이알크루가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상공간보다도 증강현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성광 대표는 증강현실의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상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벗어난 다른 어딘가에 가서 멋지고 흥미진진한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반면 증강현실은 우리가 사는 현실을 더 멋지고 흥미진진한 곳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 속에서만 유능한 존재가 되는 대신 증강현실을 통해 현실에서도 더욱 유능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으며, 현실의 우리 삶은 더욱더 많은 의미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가상현실과 달리 증강현실은 일상의 기술이며, 우리를 더욱더 현실에 머물게 만듭니다.”
오늘날 기술의 홍수 속에 우리는 서로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고립감과 우울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 대표는 증강현실이 다른 기술과 달리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고립시키는 대신 세상과 우리를 더욱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2019년 기준으로 포켓몬고의 플레이어들은 지구를 100억km나 횡단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증강현실의 가치 아닐까요.”
브이알크루는 창업 후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성과를 거두며 매출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성광 대표는 “브이알크루는 공간 컴퓨팅 시장에서 10년 내에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가장 성공적이고 점유율 높은 공간 컴퓨팅 OS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왜 회사명이 에이알(AR)이 아니라 브이알크루인지 물었다. “인류가 20년 뒤에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아마도 저희가 실패한 것일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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