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종 화가

작가의 삶 2막 1장을 열어준 독창적인 스타일의 <분홍신>
인제로 내려와‘이순종 갤러리’를 열고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던 이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직접 손으로 흙을 만져보고, 시원한 바람결에 마음을 맡겨보니 어느새 실재하는 자연의 대한 다양한 감흥들이 작품에 녹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가는 유화를 그리기에 앞서 밑바탕을 만드는 작업부터 심혈을 기우렸다. 목판을 사포로 부드럽게 갈고 그 위를 유성페인트로 바른 후 황토에 분청사기를 만드는 어두운 흙과 백자를 만드는 밝은 흙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다시 목판 위에 올린다.

이 상태에서 말려두면 작가도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갈라짐이 생겨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밑바탕이 완성되면 그 위에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림에서 황토색의 명도가 가장 센 것처럼 진짜 황토 역시 명도가 세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순종 화가는“많은 꽃들을 접목해 황토 본연의 색감을 이길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해 보았지만, 한국적인 꽃 중에서는 맨드라미만이 황토와 잘 융화되고 동등한 표현이 가능했죠. 맨드라미는 꽃말처럼 용감하고 강한 꽃이었는데, 완성된 모습이 마치 분홍신 같은 느낌이 들어 제목을 분홍신으로 정하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화가는 인제 지역의 아트 인프라 형성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센터와 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실시하여 미래의 예술가들을 양성하고,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이순종 갤러리’의 화실을 개방하고, 전국적인 회화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1년에 1~2회의 단체전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도시 생활을 계속했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작품들이였을 겁니다. 저는 앞으로도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는 고향의 대한 향수를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작품들로 대중들과 호흡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 작가의 <분홍신>시리즈는 내년쯤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갖고 일반 관객들과 처음 조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