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양진의 ‘나를 찾아 떠나는 공간여행’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인간 나이 50세를 ‘지천명’이라고 했다. 50에 이르면 하늘의 명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니, 비로소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시기라고 본 것이다.

어쩌면 50에 이르러서야 삶에 대한 의문, 철학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50대야말로 인생의 황금기일 수도 있다.

삶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함과 겸허함을 깨닫고, 그와 같은 성찰을 통해 보다 더 풍부한 인생을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양진은 ‘나를 찾아 떠나는 공간여행’이라는 대명제 아래 펼쳐내는 일련의 연작에서 새로운 조형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5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문득 다가온 삶에 대한 성찰의 한 증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작업은 의문부호 “?”를 기반으로 한다. “?”는 그의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의문부호이면서 물음표인 “?”가 조형의 상징적인 언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에 대한 그의 시각에 큰 변화 또는 전환기를 맞이했음을 짐작케 한다. 다시 말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바라보는 조형세계, 즉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궁리한 결과임을 직감케 한다.

문자나 기호, 부호, 도상 등의 추상적인 이미지가 회화의 조형언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이미 1세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의문부호라는 보편적인 조형언어를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화의 조형적인 요소로서의 하나가 아닌, 그림 자체의 주체적인 역할을 맡기고 있다.

모든 조형적인 요소가 의문부호에 집중되고 또 그 조형적인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따라서 “?”는 조형적인 열쇠이자, 그 최종적인 결과로서의 내용을 함축한다. 다시 말해 형식과 내용 모두에 관여하는 조형의 주체인 셈이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작품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관하고 내용 면에서는 철학적인 명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는 단순한 부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식과 내용을 동시에 아우르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를 통해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조형적인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한편 다양한 조형적인 변주를 모색함으로써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다양한 추상적인 이미지와 색채의 변주가 뒤따른다. 그림이란 어차피 시각예술이라는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미지 및 색채변주라는 방법론으로 조형세계를 부단히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작품마다 서로 다른 추상적인 이미지의 조합은 조형적인 상상력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렇듯이 그는 “?”라는 아주 간결하고 명쾌한,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익숙한 조형언어를 무기로 하여 현대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박양진 작가의 전시는 금보성아트센타에서 10월 12일까지 열린다.

“평론가 신항섭은 작가의 새로운 변모와 자기 길을 개척하는 작가의 정신을 높게 평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