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CHU 정승호 대표

혹시 단국대 앞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매장을 본 적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오오츄다.

주문 즉시 깨끗한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는 츄러스의 달콤한 냄새는 단박에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그 맛을 경험한 사람들은 너나없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고 만다.

이곳의 젊은 수장 정승호 대표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영어공부와 돈 벌이를 위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는데, 매일같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수제 츄러스 가게를 보고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 매장에서 줄을 서고 있는 고객들 중 80프로 이상이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창업 아이템이었죠. 이거다 싶어 바로 짐을 싸서 작년 10월 한국으로 돌아왔고 곧장 츄러스 사업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국내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값싼 냉동 츄러스의 맛에 익숙해져 대중화가 힘들 것이라고 만류했지만, 정 대표는 그래서 더 수제 츄러스 시장의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믿었다.

정 대표는 젊은 패기 하나만 믿고 단돈 500만 원으로 푸드 트럭과 튀김기를 구입하여 서현역 근처에서 처음 츄러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100만 원짜리 반죽기를 살 돈이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반죽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오픈한지 일주 일만에 푸드 트럭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물론 창업 과정에서 의기투합했던 사람들과 각자 다른 노선을 따르기로 하면서 겪었던 심적 갈등도 있었고, 경험 부족으로 가스가 누출되어 화재가 나고 가스 중독으로 길바닥에 쓰러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올해 2월에는 단국대 앞에 꿈에 그리던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고, 오오츄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국대 앞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일요일에는 아직도 푸드 트럭을 이끌고 서현역으로 출근을 하고 있어요. 초창기 오오츄의 성장을 도와주신 단골들이 안 오면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고마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초창기 사업이 잘되자 한 달 동안 40명의 사람들이 가맹점을 내달라고 졸랐고 현재도 매달 100명 이상이 가맹점 사업을 문의해 온다.

하지만 가맹점을 내주는 방법도 몰랐고, 과연 그들이 오오츄의 맛과 서비스 정신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 모두 거절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컨설팅 회사에서도 오오츄의 사업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규모 창업을 하겠다면서 상권이 좋은 곳에 근사한 인테리어로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했는데, 그건 모순이라고 생각됐죠. 소규모 창업은 투자비용이 적은 대신 포기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정작 중요한 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참신한 아이템과 맨바닥에서도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열정이니까요.”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돌입한 정 대표는 은퇴자금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보다 청년들의 소규모 창업을 돕겠다는 의지다.

평소 기업들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비싼 로열티를 챙겨 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는 그는 큰 광고를 못 해주는 대신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가맹점들이 제대로 된 오오츄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저와 다른 직원 한 명이 직접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말 배웠으면 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전파하려는 저희에 마인드죠. 젊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아는 것이 없으니 밑바닥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오늘도 단국대 앞에는 ‘떨어트리면 다시 오세요’라는 유쾌한 외침이 울려 퍼진다. 어쩌다 바쁜 학생들이 오래 줄을 서서 츄러스를 받아 들고서는 가는 길에 떨어트리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았다 말하는 정승호 대표, 젊은 CEO가 단 시간에 이룬 성과는 어쩜 고객들을 향한 그의 달콤한 진심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불안한 경기와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그의 좌충우돌 성공기가 달콤한 격려이자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