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숙 화가

정겨움과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들 
수채화가 김은숙 작가는 최근까지 풍경화와 정물화 작품을 많이 선보인 작가로 이름 올리고 있다. 그녀의 수채화 작품들은 잘 묘사된 분위기와 풍부한 질감으로 보는 이들을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햇살 비치는 시골집 담벼락과 자연스레 자라는 풀의 모습이 그려진 <고향집 뒷마당>부터 수풀에 매달린 벌레들의 모습을 담은 <풍뎅이의 합창>, 화폭을 채운 꽃송이들이 환하게 웃는 듯한 느낌의 <환희>, 목련이 드리운 궁궐의 담을 그린 <운현궁의 봄>, 가마솥이 얹혀진 아궁이에 타는 장작을 담은 <구수한 냄새>, 겨울 시골집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을 담아낸 <처마밑 풍경>등의 작품이 그렇다.

여기에 바구니 한 가득 담긴 빨간 사과를 인상적으로 표현한 <사과와 해바라기> 정물화에 이르기까지 황토색, 보라색, 초록색 등을 배경색으로 우리 정서가 가득 담긴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모두 수채화라는 공통분모 위에 각기 다른 개성으로 표출되어 캔버스에 따뜻함과 정겨움이 듬뿍 묻어나 있다.

김 작가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색깔과 모양이 다른 수많은 사과가 열리지만 그 맛은 언제나 같은 것처럼 나의 중심엔 언제나 따듯한 정서가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자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연’ 작품에 빠져 갈증 풀고 활력 찾아
김 작가는 그를 잘 나타내는 그림이 있다. 아련하면서도 몽환적인 ‘연(蓮)’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그녀는 어린 8살에 부모 곁을 떠나야 했던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에겐 어린 시절 뛰어놀던 냇가와 들, 지천에 널린 이름 모를 들꽃까지 모두가 그리운 대상이었다. 이런 내면의 그리움이 토속적이고 정서적인 그림을 더 그리게 됐다고 한다.

특히, ‘연(蓮)’은 시리즈로 <또 하나의 내 모습이>란 제목에서 드러나 듯 삶의 흔적, 지난날의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추억과 더불어 그녀만의 색깔로 인생의 깊이를 찾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연꽃은 뿌리 내리고 꽃이 피고 지고 연밥에 까만 씨앗을 남길 때까지 무수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데, 마치 나를 닮은 듯해요. 또 다른 미래의 내 모습 같다고 할까요?”

연꽃은 불교에서 ‘자비’를 상징 하지만 김 작가에게 있어 이 소재는 인생을 관조하고 사랑을 느끼도록 하고, 가끔은 힘든 삶 속에서도 살아갈 활력소를 얻게 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연작을 할 때면 우리 삶을 닮은 ‘연꽃’과 ‘구절초’를 많이 그리곤 했다. 이를 통해 가슴에 와 닿는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겸손함이 있다는 그녀는 꽃잎 하나하나가 져 갈 때면 마치 세속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경건함을 엿보는 듯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런 연꽃을 그리며 색채를 달리해 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을 간결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면서 “때론 거칠고 때론 투명하며 환상적인 색감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욕망과 갈증, 환희들을 그려내려 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붓을 놓았을 때 또 하나의 모습으로 멀지 않은 곳에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 볼 세계가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이와 함께 ‘연(蓮)’ 을 통해 행복의 추억 속에 머물던 어린 시절 8년간의 짧았던 향수를 최대한 풀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은연중에 드러내 보였다.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근무하며 봉사도
김은숙 작가는 드믈게 작가로서 활동 폭도 넓은 범주에 들어간다. 그녀가 해내는 일은 1인 4역 급이다 그녀는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에서 근무하며 열심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갖는 이곳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이웃에 예를 다하는 충효예를 실천하는 범국민운동을 펼치는 비영리 사회단체다.

정기적으로 청소년 및 중,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충원 참배와 묘비 닦기 봉사로 국가관을 깨우치게 하고 웃어른들에게 효도와 예의범절을 익히게 하는 등 참 인성교육을 실천케 하는 운동을 벌여 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김 작가는 동작미협의 사무와 재무업무도 5년째 보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 예술협회가 그러하듯 소속 작가들은 왕성한 작품 활동에 비해 경제 여건과 사무 및 행사진행 등 뒷받침이 미숙한 편이다. 김 작가가 일손이 달리는 작가들을 위해 틈틈이 업무를 돕는 것도 그 중에 하나이다. 김은숙 작가는 수채화가로 알려지지만, 본질은 한국화에 대한 애정도 누구보다 크다.

수채화는 자신의 경험과 우리 정서를 담아내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는 요즘 수채화를 하면서 그리웠던 묵향을 다시 접하고 이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사회 초년시절인 어느 날 출근한 사무실에 은은한 묵향이 풍겨왔다. 회사 대표님이 가장 먼저 출근해 이른 새벽 촉촉한 공기를 가르며 먹을 갈고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그 분의 먹향 생각을 해보면 오랜 기억 속 그 향기의 그리움이 나를 그림 세계로 이끈 게 아닌가 싶다”

애초에 한국화를 시작했던 동기도 이렇다. 김 작가는 이삼년 후 수채화와 문인화를 겸한 개인전을 가질 준비도 하면서 틈틈이 써놓은 습작 시(詩)로 시집(詩集)도 낼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동작경찰서에서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주변의 재능기부 프로그램도 적극 참여해 보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녀는 “내 그림이 각박한 사회의 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온기를 전할 수 있고 쉬어갈 수 있는 시각적인 에너지가 되었으면 한다” 면서 "누구나 소통되길 바라는 마음 담아 한 작품을 하더라도 내 마음을 표현해 정서적으로 더 따뜻하고, 더 밝고 온기가 넘치는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월간 파워코리아 7월 지면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