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분숙 서양화가

자연을 바라보며 감동을 이끌어 내는 연작 발표.
안동 출신으로 어린 시절 뛰놀던 자연 이미지 담아.
최근 현대미술의 조류는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풍경화 등 구상 작업에 비해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던을 근간으로 하는 추상 작업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져 있다.

기존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추상주의 작업이 큰 호응을 얻게 된 것은 우리 세계가 과거에 비해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모든 기준이 흐릿해진 상태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러한 추상주의 작업의 대두 때문에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구상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독특한 작업을 이어오는 여러 작가들의 존재는 우리 미술계를 빛나게 하고 있다.

자연을 바라보며 감동을 이끌어 내는 연작을 발표하는 이분숙 작가의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 작가가 자연에 대한 사랑을 품고 꾸준히 작품 안에 자연의 풍경을 녹여내고 있는 것은 그녀의 배경을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이 작가는 산수가 수려한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산으로, 들로, 강으로 뛰어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만난 물과 햇살, 자연의 향기는 이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작품 세계의 근간을 구성하는 소중한 것들이 되었다.

이 작가는 “햇살이 내리쬐던 낙동강변과 강둑 아래 미류나무 숲의 이미지는 아직도 내 마음의 안식처다. 저는 작품을 통해 제가 느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성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고 말한다.

따사로운 공기와 펼쳐진 대지 등 친근한 자연 표현
...숲이 주는 편안함과 ‘치유’의 이미지 화폭에 담아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자연 속에 놓여있는 풍경 그 자체다. 그녀의 대표작인 <늘 - 그 자리에 I>, <산수유>, <복사꽃 피는 마을>, <설경> 등 다양한 작품은 정겨운 풍경을 따스한 터치로 그려내 그 안에서 따사로운 공기와 넓게 펼쳐진 대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작가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오랫동안 풍경화를 그렸고, 약간의 누드와 정물, 비구상 작품들을 제외하면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이 자연을 소재로 한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풍경, 따뜻한 숲과 자연, 흙이 한 곳에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시 생활 속에서 상처 입은 우리의 자아에 말을 거는 듯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비틀어 관점을 새롭게 제시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담백하면서도 굳건한 바탕을 지켜오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소재 중 하나인 나무(자작나무)는 그녀의 무의식적 자아를 의미한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성장하는 나무처럼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투영한 것이다.

이 작가는 “숲이 주는 편안함과 치유, 그것을 바라보는 저의 감정과 정서에 맞는 색채를 사용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진부한 구상작품’이라고 폄하하는 시선들에 맞서 오랜 기간 고민하며 결국 자신의 원류로 돌아왔다.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진실한 그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면 그 것만으로 자신의 세계는 완성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 덕분이었다.

(사)한국청소년미술협회 부천지부 및 활발한 교육활동.
이 작가의 작품은 장엄한 대자연의 풍경을 소재로 하지 않는다.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풍경과 자연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여 그린다.

그 이유는 그림이라는 작업 자체가 이 작가에게 ‘치유’ 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치고 힘들 때, 우울하고 슬플 때,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또 행복하고 설레고 기쁠 때도 그림은 나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면서 제가 치유 받았듯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 또한 저와 같이 치유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사)한국청소년미술협회 부천지부장으로 일하면서 아동 및 청소년 미술, 장애우 미술, 심리미술 등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생각과 감정을 미술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얻어진 소재로 다양한 미술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교사들에게 지도한다.

이 밖에도 그녀는 대학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것을 비롯해 심리 상담을 하는 미술 치료사들에게도 그에 맞는 미술 기법을 강의하는 등 치유를 향한 미술을 이어가는 열정은 더욱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다.

한편 이 작가는 2007년 개인전 이후 오랫동안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박사 과정과 강의, 주부로서의 역할 등 시간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전시회에 대한 회의와 뚜렷한 의미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은 늘 지속해 왔고 작업실에 작품이 쌓이는 것을 보니 가까운 시일 안에 전시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이야기 했다.

다양한 소재 활용, 즐거움과 행복 전하는 작가로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이 작가는 “따뜻하고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치유의 미술을 그려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묵묵히 그려 나가면서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오래도록 연구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더욱 깊게 일궈 나가며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그녀의 미술 세계는 앞으로 더욱 단단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갈 예정이다.

한편으로 이 작가는 치유의 공간으로서 ‘작은 미술관’ 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비치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의 작업 과정에서도 강의를 위해 연구한 많은 기법들을 작품에 접목해 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이 작가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일일이 작업해 보고 공부할 생각이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단순화 하느냐의 문제라서 결국은 부딪혀 보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만지면 손에 닿을 듯, 또한 가까이 다가서면 따스하게 맞아줄 듯, 그래서 오래도록 그 안에 머물고 싶어지는 편안한 그림들. 사실적 묘사와 풍부한 감성 표현을 통해 행복함을 안겨주는 작품들과 더불어 그녀가 펼쳐가는 활동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월간 파워코리아 9월 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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