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외경 화백

프랑스 ‘르부르 박물관’, ‘그랑 빨레’에서 러브콜
생명력과 에너지 넘친 작품으로 해외서 더 화제.
태허(太虛) 손외경 화백이 국내외 전시회와 갤러리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람들이 손 화백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작품 속에서 많은 에너지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작인 ‘점으로부터’ 시리즈는 지구촌 생명인 인간을 무수히 많은 점들로 형상화한 작품들로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 강렬하면서 따뜻하고 평온함을 느끼게 하며, 깊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듯하다. 이런 비구상 작품들은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각각의 다양한 삶이 다양한 색감과 어우러져 진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손 화백은 삶과 철학을 표현하는데 작품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점’ 작품의 예를 들어 손 화백은 “수많은 '점'으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작품 세계는 나로부터 시작돼 자연과 우주로 이어지는 인연의 가르침을 깨달아 가는 과정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언론과 방송의 관심을 끌었고, 올해 3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컨템포러리 아트쇼' 에 한국 대표작가로 당당히 참석해 관람객에게 주목 받았으며, 얼마 되지 않아 중동의 ‘월드아트 두바이’ 에도 한국작가로 참여해 큰 손들로부터 주목 받는 등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뒤에 나온 ‘선(線)’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는 실에 오방색(五方色)을 입혀 물레로 촘촘히 휘감아 이어낸 한국적 색채의 작품들이다. 특히 이 작품들은 프랑스 파리 ‘SNBA초대전(르부르 박물관)’ 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선정되어 오는 11월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내년 2월엔 파리 상젤리제 근처 ‘르살롱(그랑 빨레)전’ 에도 이름이 올려질 예정이다. 국제 문화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손 화백의 작품을 알아보는 팬과 해외 전시관계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불교 철학에 기반한 수행터 ‘태허림(太虛林)’
손 화백이 신진 작가임에도 빠르게 입지를 다져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교 신자인 그녀에겐 오랜 시간을 이어온 불교와 부처님 가르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손 화백은 오랜 수련을 통해 삶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손 화백은 “작품 세계는 작품을 그려내는 것보다 작가는 삶의 행동과 철학에 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경북 칠곡의 한적한 마을에는 ‘태허림(太虛林)’이라 이름 지어진 한옥이 있다. 손 화백의 별호(號)에서 붙여진 이곳은 일상이 된 명상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작품에 깊이를 더하며 각 지역의 신자들도 자주 찾는 도량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존자에게 기타숲을 볼 때 뭐로 보느냐는 질문을 보고 거기서 큰 감동을 받아서 ‘태허림(太虛林)’ 이라 이름 짓게 됐어요.”

이곳에서 수련은 작품을 완성해 내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행임을 말해 주는 듯하다. 따라서 정신을 기반으로 표현된 작품은 실천하는 일상에서 자연스레 나온 창작물인 셈이다. 작품 ‘점으로부터’ 는 마음의 표상을 풀어가는 바른 견해(正見), 바른 사유(正思), 바른 말(正語), 바른 행동(正業), 바른 생활(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새김(正念), 바른 정신통일(正定) 등 불교 8정도[八正道]를 기초로 하고 있다.

팔정도는 고(苦)를 끊는 길(道)에 대한 여덟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중도(中道)로 불리기도 하는데,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은 감각적 쾌락을 구하는데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친 고행으로서 자신을 괴롭히는데 있는 것도 아니며, 그 양 극단을 떠나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정리하면 ‘중간자’ 의 입장과 같다.

“삶을 잘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 정점이다”
생활 속 실천작가로 모두가 편안한 작품 해갈 터
손 화백은 ‘태허림(太虛林)’에서 10여년의 오랜 수행 덕에 고민해서 그림을 그려 본적이 없다고 한다. 참선과 수련을 하며 시작한 그림이어서 애초부터 작품을 팔겠다는 욕심도 없었고, 매일 매일 작업에만 몰두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부처님께서 6년 고행하신 모습에 내 본상을 드러내고 싶었고 그림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레 시작 했습니다”

손 화백에게 있어 그림 작업은 넓은 의미에서 수행이다. 하지만 일단 머릿속에 소재가 정해지면 10시간 이상을 작업에 집중하며 몰아지경(沒我之境에)에 이르곤 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에너지가 넘치고,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태허림(太虛林)’을 찾는 사람들도 무척 평온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참선과 명상을 할 수 있고 복잡한 삶을 탈피해서 성스러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손 화백은 “이런 수행 속에서 내 자신의 평온함을 되찾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작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삶의 가치와 행동 실천을 생활 속에 실현해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손 화백은 “붓으로 작품의 처음을 찍는 시작점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의 가치를 올바로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삶을 잘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 작품의 정점을 찍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자신의 작품 관을 내비쳤다.

다양한 삶 표현, 모두가 이롭고 행복해지길 바래.
실천하는 작가인 손 화백은 같은 불교권인 스리랑카 등지에 봉사 활동을 하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좋은 그림은 좋은 정신, 좋은 마음의 수련이 되야 가능하다” 면서 “생활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만날 때 결국 그림 속에 철학과 그 시대의 문화 에너지가 있는 작품을 남기게 될 것 같다. 죽는 날까지 정신과 혼이 담긴 작품을 남기고 싶다” 고 강조했다.

손 화백은 이어 “사람을 대할 때는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하라. 모든 이의 성스러운 강한 내면을 일으킬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놓을 이로움이 생기도록 그와 내가 행복한 길, 이 세상과 내가 행복한 길을 다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으로도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손 화백은 인생의 다양한 삶들을 그림 안에 표현 하고자 하며 실천을 통한 깨달음들을 그림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알기를 희망한다. 그녀가 긍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어쩌면 구도자로서 도량(度量)과 예술적 깊이가 잘 어우러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통해 다같이 혜량하고, 행복해 질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월간 파워코리아 11월 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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